남편 유언대로 뱃속 아이 지웠는데…"유산 1원도 못 받아" 왜?

/사진=SBS 플러스 '리얼 Law 맨스-고소한 남녀'

남편의 유언에 따라 뱃속 태아를 지운 여성이 상속에서 제외됐다. 왜일까.

지난 8일 방송된 SBS 플러스 '리얼 Law 맨스-고소한 남녀'에서는 남편의 유산을 놓고 시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결혼 5년 차인 부부는 2세를 갖게 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아내의 임신과 동시에 남편은 백혈병을 진단받았고, 끝내 사망했다.

남편은 홀로 남겨질 아내를 걱정하며 아이를 지우고 새 출발을 하라고 권유했다. 아내는 거절했지만, 남편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결국 임신중절을 선택했다.

다만 남편과 사별 이후 유산을 정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며느리의 임신중절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상속 대상에서 며느리를 제외했다.

시어머니는 "누구 마음대로 중절을 하냐. 내 아들의 혈육이고 내 손주다. 남편 장례식 치르기 무섭게 애부터 지우냐"고 지적했다. 며느리가 "그건 남편 유언이었다"고 했지만, 시어머니는 "걔가 설사 너를 위해 그랬다고 하더라도 나한테 한마디 상의 없이 애를 지우냐"고 질타했다.

이어 "그 애가 태어났다면 너와 똑같은 상속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진=SBS 플러스 '리얼 Law 맨스-고소한 남녀'

이에 아내는 그간 말 못 했던 비밀을 공개했다. 남편이 무정자증이었고, 임신은 생식세포 수증(정자기증)으로 했다고 아내는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저는 다 알고 결혼했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본 이혼 및 가사 전문 손정혜 변호사는 "민법 1004조에는 상속 결격 사유라는 게 있다. 상속자가 될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해놨다. 대표적으로는 고의로 직계존속을 죽이거나 상속 선·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 또는 그런 의도를 가진 자는 상속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이 사안의 경우 태아는 아직 출생하지 않았지만, 민법 1000조에서는 상속 순위에 관해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낙태는 살해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아내는 상속결격자가 된다. 상속결격자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유가족이 용서해주더라도 상속 결격의 효과는 유지된다. 이 사연의 아내는 억울하지만 상속을 받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여받은 정자로 한 임신이지 않냐'는 질문에는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친자관계로 인정된다"며 "남편이 애초에 유산을 원했다면 재산을 증여했으면 된다. 미리 증여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