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펭귄 살려” 남극에 평년 38도 웃도는 폭염 닥쳤다
”남극이 냉매 아니라 라디에이터 될 수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한 기상이 남극마저 집어삼킨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에서 평년보다 38도 높은 폭염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지구 온도를 낮추는 냉매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엑시터대의 마틴 지거트(Martin Siegert) 교수 연구진은 9일 국제 학술지 ‘첨단 환경과학’에 “최근 몇 년 사이 남극에서 발생한 해빙(海氷) 감소와 기록적인 폭염, 빙붕(氷棚) 붕괴 같은 극한 시건들이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하고 일반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연안의 홍수를 유발할 남극 얼음 감소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극 폭염은 런던 기온이 60도 된 것과 같아
지커트 교수는 “30년 동안 남극을 연구했지만 최근 발생한 일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놀랍고도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3월 남극 동쪽 내륙의 해발 3㎞ 지점은 기온이 평년보다 섭씨 38.5도 높았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나타난 최고의 극한 기상 현상”이라며 “여름 영국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런던의 기온이 60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남극 대륙의 3월 기온은 보통 영하 50도이기 때문에 최근의 극한 기상에도 기온이 영하를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극 대륙의 여름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내부 깊숙한 곳의 얼음이 녹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원인은 호주에서 유입된 따뜻하고 습한 공기이다. 극소용돌이(polar vortex)로 알려진 남극 주변의 원형 바람은 북쪽의 따뜻한 공기를 차단하지만, 지난해에는 따뜻한 공기가 내륙 깊숙이 침투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남극에서 바닷물이 언 해빙도 급감하고 있다. 남극의 해빙은 2014년 겨울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매년 감소해 2017년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2022년에 깨졌고 올해 다시 경신됐다.
육지 얼음도 상황이 심각하다. 내륙에 내린 눈이 쌓이면 빙하(氷河)가 된다. 빙하가 천천히 흘러가 바다 위로 퍼진 것이 빙붕이다. 논문 공저자인 영국 리즈대의 안나 호그(Anna Hogg) 교수는 “남극 주변 빙붕의 범위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2002년에 라르센 B 빙붕이 붕괴된 후 그 뒤에 있는 빙하의 흐름이 8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남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표면의 얼음이 녹아 물이 고인 부분이 나타났다. 이 물은 갈라진 틈을 통해 빙하 바닥으로 흘러 들어가 빙하가 더 빨리 움직이게 하는 윤활액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빙붕에서 녹은 물은 균열을 깊게 만들어 빙붕의 해체도 가속화한다.
◇남극의 기상이변은 전 세계 영향 미쳐
리즈대의 호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올 여름 유럽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폭우와 홍수, 폭염과 산불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극한 기상이 이제는 극지방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남극의 기상이변은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염이 발생한 해에는 남극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있는 갑각류인 크릴의 개체수도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해변에서는 죽은 물개 새끼들이 많이 목격됐다.
남극에서 발생한 극한 기상은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거대한 얼음 저장고인 남극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저지대 연안은 침수된다. 남극을 덮은 흰색의 얼음은 우주로 에너지를 반사하여 지구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얼음이 사라지면서 바다나 육지 색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검은색은 열을 흡수한다.
지거트 교수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남극이 지구의 냉매 역할을 멈추고 라디에이터(radoator, 방열기) 역할을 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줄이는 것이 남극을 보존할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이며,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DOI: https://doi.org/10.3389/fenvs.2023.1229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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