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사랑 받지'...의자까지 올라가 팬 서비스하는 '핵인싸' 외인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종료 후 대부분의 팬과 선수들이 그라운를 떠났다.
LG 오스틴은 뒤늦게 자신의 장비를 챙겨 퇴장하고 있었다. 양손 가득 배트 두개와 헬멧, 그리고 글러브까지 많은 장비들을 들고 퇴장하던 오스틴이 갑자기 발걸음 멈추고 관중석을 쳐다봤다.
관중석에는 한 엘린이(LG 트윈스 어린이 팬)가 오스틴의 이름을 부리며 마지막까지 남아 응원하고 있었다. 어린이 팬을 발견한 오스틴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어린이에게 다가가 왼손에 있던 배트를 선물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와 중앙 관중석의 높이 때문에 어린이 팬이 배트를 잡는 건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오스틴은 더그아웃 쪽으로 달려가 의자를 들고 와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배트를 선물했다. 배트를 선물 받은 어린이 팬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고 연신 '땡큐'를 외쳤다. 오스틴도 어린이 팬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떠났다.
오스틴은 이렇게 어린이 팬에게 배트 하나 이상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고, 이 어린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고 결혼 후 자녀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 LG를 응원하며 이날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효자 외인' 오스틴은 지긋지긋한 LG 외국인 선수 흑역사를 지워낸 선수다. 9일 현재 타율 0.297(354타수 105안타), 13홈런, 66타점, OPS 0.826 WAR 3.28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자리에서 만점 활약을 하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LG 최초의 타점왕도 가능하다. KBO리그 역사상 LG 선수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타이틀이 홈런왕과 타점왕이다. 오스틴은 현재 한화 노시환과 함께 타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어 타점왕 등극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시즌 전 당초 LG가 영입한 선수는 오스틴이 아닌 알몬테였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알몬테와 계약 해지했고 뒤늦게 오스틴을 영입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영입한 선수지만 LG의 오스틴 영입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LG가 선두를 달리며 팀의 숙원사업인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는 선수가 오스틴이다.
[경기 후 어린이 팬에게 배트를 선물한 LG 오스틴.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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