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재난에 맞서 우리가 할 일[오늘을 생각한다]
에어컨을 켜면 죄책감이 드는 여름이다. 올해 들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만 23명(8월 2일 기준)이라고 한다. 작년보다 3배나 급증했다.
이 재앙적인 폭염은 화석연료 문명이 낳은 기후위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동남아시아에선 200년 만의 폭염으로 200명이 넘는 저소득층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멕시코에서도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기상연구기관인 WWA는 지난 7월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연소를 속히 중단하지 않는 한, 이런 사건들은 더 흔해질 것이고 세계는 훨씬 더 뜨겁고 오래 지속되는 폭염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염 재해는 노인, 빈곤층, 이민자, 홈리스 등 주거환경이 불안정한 사람들과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몰아닥친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의 마리코파 카운티에서만 425명이 더위로 사망했는데, 대부분이 노인과 홈리스, 야외 노동자였다.
에어컨을 아껴 쓰고 플라스틱을 안 쓴다면 이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애석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주거 및 건물에서의 배출량은 9.5%에 그친다. 결국 국가정책을 통해 화력발전을 멈추고 기업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매우 부끄러운 수준의 대응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3 기후변화대응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0개의 평가 대상 국가 중 꼴등을 기록했다.
무책임과 방관의 대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찾아온다.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일하던 31세 노동자가 쇼핑카트를 옮기던 중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온종일 야외에서 일하라는 건 살인이나 다름없다. 그가 죽기 전 남긴 메시지는 “엄마, 나 오늘 4만3000보 걸었다”였다. 6월 28일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는 42세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열차에 들어가 냉방기를 고치다가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3206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81.7%는 오후 2~5시에도 실외에서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또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부여받는 노동자도 25.4%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노동자에게 물과 그늘,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일터가 없다.
일터와 거리에서의 행동이 필요하다. 폭염 시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집단적이고 실질적인 힘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을 움직이는 행동도 절실하다. 지난해 9월 3만명의 시민이 모인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위기에 맞선 희망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올해도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희망을 포기해선 안 된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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