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김은희 작가 “귀신보단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이고팠다. 귀신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더 소름”[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8.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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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악귀’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 사진 경향신문DB



지난달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악귀’는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작을 알렸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스릴러의 진수를 보였던 김은희 작가는 2021년부터 몰두한 ‘지리산’부터 오컬트(초자연적 현상)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보였고, 이는 긴박한 장면 연출에 진가를 보이는 이정림 감독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두 사람은 ‘스포츠경향’과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마친 소감 그리고 ‘오컬트’라는 소재를 택한 이유,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를 본 소감을 전했다.

SBS 드라마 ‘악귀’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오른쪽)의 현장 모습. 사진 SBS



- ‘악귀’가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결과에 만족하는지.

김은희 작가(이하 김): “기획부터 시작해 이런 아이템이 괜찮을지 고민이 많았다. 지상파에서 오컬트 장르라니 ‘시청자분들이 받아들여 주실까?’ 싶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 감사했다.”

이정림 감독(이하 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작가님, 배우들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들을 믿고 촬영했다. 시청자들의 추리내용도 흥미롭게 봤다. ‘진짜 비밀로 할 테니 나한테만 몰래 말해줘’라는 문자만 여러 개 받았다.”

- ‘악귀’를 꾸리며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SBS 드라마 ‘악귀’의 한 장면. 사진 SBS



김: “귀신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던 존재니까 그 귀신들에게도 나름의 이야기를 심어주려 했다.”

이: “구산영(김태리), 염해상(오정세)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갈 수 없는 작품이었다. 촬영 전부터 작가, 배우들과 많이 대화하며 시청자가 둘을 응원하도록 했다. 인물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나치게 화려한 특수효과는 배제하고, 익숙하고 무서우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 했다.”

- 배우들과 함께한 소감은?

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다. 오컬트라는 새로움에 도전하시고 멋진 연기를 보였던 명품 배우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귀신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더 소름 끼쳤다.”

SBS 드라마 ‘악귀’의 한 장면. 사진 SBS



이: “김태리, 오정세, 홍경과는 대화를 많이 했다. 셋 다 질문이 엄청났다. 주연들이 꿈에서 나올 정도였다. 김태리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오정세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가 있다. 홍경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진중하다. 김원해는 현장의 등불 같은 존재였다. 김해숙은 화면에서는 무서웠지만, ‘컷’을 하고 나면 소녀 같은 배우로 돌아갔다. 진선규는 이미 알고 있던 옆집 형님 같았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늘 보듬어주신 박지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 다양한 시대를 거슬러 청춘들과 그들을 좀먹는 욕망과 사회악을 다뤘다.

김: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끔찍한 범죄를 보면 더 그랬던 것 같다. ‘악귀’는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에게서 희망을 앗아간 범죄자들을 귀신에 빗대고 싶었다.”

- 김은희 작가의 경우 ‘지리산’으로 구체화한 토속신앙이라는 소재가 인상 깊었다. 이 소재를 고른 이유와 이정림 감독의 구현 방법은?

SBS 드라마 ‘악귀’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오른쪽)의 현장 모습. 사진 SBS



김: “‘지리산’은 사전답사를 하러 가면서 정말 영험한 곳이구나 싶어 느꼈던 부분을 넣고 싶었다. 민속학을 공부하다 보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장승백이’ ‘신당동’ ‘당산역’ 등 지명에 장승이나 당집 이름이 여전히 들어간다. 뭔가를 기원한다는 건 지금 우리도 똑같다고 본다. 남산의 ‘사랑의 자물쇠’처럼.

이: “이미 작가님 대본에 토속신앙의 요소가 많았다. 한옥으로 표현된 화원재, 빨간 댕기, 푸른 천 등이다. 화원재는 악귀의 영혼이 깃들었을 것 같은 예스러운 물건으로 채웠다. 마을 주민들의 옷이나 집은 다 색이 바랬다. 그 안에서 붉은 댕기와 푸른 천, 악귀의 표식만이 빛나길 원했다.”

- ‘악귀’는 스릴러이자 호러 장르이기도 했다. 이러한 특성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김: “대본작업부터 기획의도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등장하는 귀신들의 각자 사연을 보여주려 했다. 나무에 떨어지는 핏자국, 걸어 다니는 물에 젖은 발자국, 회전문을 못 떠나는 손자국 등도 누군가 떠나지 못하는 사연을 생각하고 썼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느낌을 살렸다.”

이: “다양한 귀신들이 등장하는데 객귀를 묘사할 때는 귀신이 되기 전 모습,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을까를 생각했다. 교통사고, 저수지 자살, 목매다는 상황 등 사인과 사연도 다르게 설정했다. 작품의 톤을 무너뜨리는 과한 그림은 지양하고 수묵화나 탱화 등 동양적인 부부분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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