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3년째 흑자...건강한 노인 늘었는데 보험료는 인상

건강한 베이비부머 덕 요양 서비스 수급자 증가율 둔화
노쇠 노인 2008년 41.1%→2020년 23.1%로 감소
보험료율은 2017년 6.55%→2022년 12.27% 급등
2018년부턴 경증 치매 노인도 장기 요양보험 혜택
작년 보험 수혜자 101만9130명...전체 노인의 10.9%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인성 질병이나 노화로 홀로 살아가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수지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건강 관리로 노쇠한 노인 비율은 절반 가량 줄었지만, 2017년 6.55%이던 장기 요양보험료율을 2022년 12.27%로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인상한 것이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은 1조6890억2403만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장기 요양보험 누적 수지(처분 후 누적 법정준비금)도 2조8062억8805만원의 흑자를 보였다. 코로나19로 노인요양시설과 방문요양 서비스 이용이 줄어든 2020년 1443억4000만원으로 흑자로 돌아선 이후 2021년 1조331억7146만원 흑자에 이어 3년 연속 흑자행진이다. 지난해 장기 요양보험료와 국고지원금 등으로 들어온 수입은 13조8948억2천982만원인데 비해 요양보험 급여비와 관리운영비 등으로 나간 지출 비용은 12조258억579만원에 머물렀다.

장기 요양보험 재정이 이처럼 넉넉해진 것은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인구는 늘었지만, 이전 노인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자기 관리를 많이 해 비교적 건강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새로 노년층에 합류하면서 요양 서비스 수급자 증가율이 둔화한 영향이 크다.

실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노년내과) 교수·빛고을 전남대병원 강민구(노년내과)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08~2020년 65세 이상 노인 1만7784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노쇠(노화와 질병의 축적으로 기능이 감퇴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한 노인의 비율은 2008년 41.1%에서 2020년 23.1%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빈면 건강한 비율은 2008년 28.7%에서 2020년 44.2%로 크게 늘었다. 건강 관리를 통해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장기 요양보험료율 인상도 한 몫 했다. 장기 요양보험료율은 2017년 건강보험료의 6.55%에서 2021년 11.52%, 2022년 12.27% 등으로 올랐다. 작년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부과된 장기 요양보험료는 전년 대비 17.9% 증가한 9조2975억원으로 가입자 가구당 부담한 요양보험료는 월평균 1만4446원이었다. 2022년 소득에서 요양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0.86%에 달했다. 2023년 현재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건강보험료의 12.81%를 장기 요양보험료로 내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6년 70억2000만원의 당기수지 흑자였다가 이후 2017년에 4460억9998만원 적자로 전환했고, 적자 폭도 2018년 6475억5000만원, 2019년 6946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됐고, 2018년부터 경증 치매 노인도 장기 요양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이라도 치매가 있다면 장기 요양 인정을 신청해 1∼5등급 중 적정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2022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의료보장(건강보험+의료급여) 노인 인구는 938만명이다. 이 가운데 134만8961명이 장기 요양보험을 신청했고, 이 중 요양 등급을 인정받은 이는 101만9130명으로 신청자의 75.5%다. 전체 노인 인구 대비로는 10.9%에 달한다. 등급 인정 인원은 2018년 67만명, 2019년 77만명, 2020년 76만명, 2021년 95만명 등으로 매년 늘어 작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4등급 인정자가 전체의 45.1%로 가장 많았고, 3등급(27.3%), 5등급(11.2%), 2등급(9.2%), 1등급(4.9%) 순이었다. 실제 지난해 장기 요양보험 급여를 이용한 수급자는 99만9451명이었고, 지난해 한 해 요양급여 총비용은 12조5742억원이었다. 이 중 91%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했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했다. 수급자 1인당 월평균 급여비는 136만원이었다. 한편,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지난 2008년 7월 도입돼 올해로 시행 15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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