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포비아]下 "우리 아파트도 무량판?"…곳곳 불안·혼란

나원식 2023. 8. 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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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이냐 아니냐' 일부 커뮤니티서 '논란' 가열
건설사, 불만 목소리 "LH 무량판 문제, 민간에 전가"
전문가 "보여주기식 조사, 사각지대 부실 확인 한계"

"A아파트는 벽식인가요. 무량판인가요."

정부가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전국 민간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뒤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특정 단지가 무량판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까지 보인다. 건설사들의 경우 자체 조사에 나서는 한편 국토부의 조사 기준과 대상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 아파트까지 조사 대상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면서 되레 불안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더욱이 정부가 두 달 만에 샘플(표본)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히면서 보여주기식 조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 민간 아파트 조사 착수…105개 주거동 포함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중 2017년 이후 준공된 무량판 구조 적용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8일 밝혔다. 지하주차장을 비롯해 주거동까지 무량판 공법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 단지 모두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9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조사를 실시해 오는 10월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철근 빠졌나'…무량판 민간아파트 25만 가구 긴급점검(8월 3일)

다만 무량판이 적용된 모든 기둥이 아니라 단지별로 샘플(표본)을 추려서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이미 입주한 단지 주거동의 경우 점검을 간소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국토부가 제시한 293개 단지 중 105개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돼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주거동은 굳이 실내 조사를 들어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공용 공간을 통해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직접적, 간접적으로 유추해서 검사할 방법 많이 있다"며 "세대 안까지 실내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하려고 하는데 사전 조사 결과 그렇게 조사할 필요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량판 아닌 부실 전반 확인해야" 지적도

정부가 조사 대상을 민간아파트로 확대하자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본인이 입주한 단지가 무량판 구조인지 묻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단지의 경우 입주민을 대상으로 "무량판 구조가 아니다"라는 공고문을 붙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각에서는 특정 단지가 무량판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는 주거동의 경우 주차장과는 다르게 무량판 구조와 벽식 구조 등이 혼합된 경우가 많아 혼란이 빚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만으로 주거동을 짓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과거에는 무량판 구조가 공간 활용이 용이하고 소음이 덜하다는 점에서 되레 이를 내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혼합식이어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무량판이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에 오해가 커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건설사들의 경우 정부의 전수 조사 방침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부실시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무량판 구조라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거동에 무량판 공법을 적용했다 하더라도 주로 혼합식인 데다가 벽과 기둥이 하중을 충분히 받게 돼 있다"며 "무량판 공법이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주거동까지 전부 검사를 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가면서 되레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요 건설사들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LH가 적용한 무량판 공법 자체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고, 무엇보다 LH 발주 단지의 경우 설계와 감리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괜한 민간 건설사까지 끌어들여 되레 논란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무량판 구조 조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제 철근 누락 등의 부실 시공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달 만에 조사 결과를 내놓으려다 보니 샘플 조사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보여주기식 조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국토부가 모든 기둥을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파장도 클 것 같으니 표본 조사로 한발 물러선 것 같다"며 "말만 전수 조사지 사실상 샘플링 조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달 만에 끝내기보다는 조사 기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벽식 구조든 무량판 구조든 전부 다 살펴봐야 실제 철근 누락이나 콘크리트 강도 저하 등 부실시공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데 지금 방식은 다소 보여주기식 행보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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