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도 빚을 갚지 않는 시대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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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 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제목은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한국은행은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지 않아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 때문에 '초과저축' 현상이 금융 안정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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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 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제목은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람들(가계)이 돈을 꽤 많이 쌓아놨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해외에 못 나가서, 혹은 소득이 더 생기면서 쌓아둔 돈이다. 2020~2022년 이렇게 축적한 초과저축이 100조원에 달한다.
좋은 일 아닌가? 그렇긴 하다. 무슨 일이 터지면 저축이 완충장치를 하니까. 하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한국은행은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지 않아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기간에 초과저축이 생긴 건 미국이나 유럽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미국은 이 저축분을 슬슬 소비에 사용하고 있고, 유럽은 빚을 갚는 데 쓰고, 한국은 빚을 갚지 않은 채 금융자산에 묶어놨다는 게 분석의 골자다. 이 ‘초과저축’으로 여차하면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이 때문에 ‘초과저축’ 현상이 금융 안정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 통계에는 한국에만 있는 사적 대출인 전세보증금은 포함하지 않았다.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7월1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한국 경제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 키울 수 없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경계했다.
기묘한 균형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여기저기서 파열음은 들린다. ‘고금리 대출’이 늘고 있어서다. 7월21일 여신금융협회는 6월 말 기준 7개 시중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34조832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5% 늘었다고 밝혔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원 이상이고, 리볼빙 잔액도 7조원이 넘는다. 모두 증가세다. 높은 금리를 감당하면서까지 카드사 금융을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늘고 있다. 당장 경제가 와르르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체 모를 불안감은 가시질 않는다. 매주 떨리는 심정으로 각종 지표를 들여다보게 된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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