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는 유가…서민은 시름, 정부는 고심, 기업은 반색
휘발유·경유도 상승세…유류세 인하 종료되면 ℓ당 200원↑
‘영업손실’ 정유업계는 한숨 돌려…정제 마진 개선될 듯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기름값이 다시 들썩이며 4주 연속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뜀박질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상승 압력이 상당해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부담도 전보다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여부도 관심사다. 정부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 이를 되돌리려는 계획이지만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고심에 빠졌다. 반면 정유업계는 실적 개선 전망에 반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87.7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지난 5월부터 7월초까지 70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그러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13일 80달러 선을 다시 돌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 7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줄였다. 여기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씩 추가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가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최근 유가가 뛰는 데는 흑해 일대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가 한몫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흑해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노보로시스크 항구를 공습했다. 노보로시스크는 러시아의 주요 원유 수출항 중 하나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발 원유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원유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45.3% 증가하며 역대 세 번째 규모로 늘어났다. 유가가 들썩이면서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유가 특성상 휘발유, 경유 가격도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기름값은 4주 연속 상승세다. 8월 첫째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38.83원을 기록했다. 전주와 비교하면 39.5원, 한 달 전보다는 72.27원 오른 상황이다.
유가 상승에 더해 추가 변수도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이어온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달 말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휘발유는 ℓ당 약 205원, 경유는 약 212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뛸 수 있는 셈이다.
내달 초 휘발유·경유 가격 200원씩 급등?
정부가 유류세를 환원하려는 이유는 세수 확보 차원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올 상반기 국세 수입 부족분이 4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선 세금 확보가 절실한 상태다. 특히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이 지난해 5조5000억원에 달했다는 점에서 유류세 인하 종료는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부도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휘발유·경유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서민층에게 높다는 점에서 쉽사리 종료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유 업계는 유가 상승세가 반갑다. 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개선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두 번째(1월4주 13.5달러)로 높은 수치다. 정유 업계에선 보통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2분기 정유 사업 부문에서 줄줄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관련 손실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과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대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이 역주기 조절(세금을 낮추고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방식의 경기부양책) 강화하고 있어 중국을 넘어 신흥시장까지 원유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우디의 연장된 감산 조치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 상방 압력을 재강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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