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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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게 된 순간부터 학생들 앞에서 감정과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그래야 한다는 법도 없었지만 그게 선생님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아픈 것도 잊고 새로운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수업시간을 채운다.
종례하러 교실 문을 연 순간 "선생님 힘내세요! 사랑해요!"라는 칠판 메모에 정신이 확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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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게 된 순간부터 학생들 앞에서 감정과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그래야 한다는 법도 없었지만 그게 선생님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한없이 밝아 보이는 사람들도 내밀한 한켠엔 슬픔과 드러낼 수 없는 아픈 사정을 담아두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38도를 오르내리는 열에 시든 배추처럼 끙끙 앓다가도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밝고 신나게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게 된다. 아픈 것도 잊고 새로운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수업시간을 채운다. 하지만 끝나는 종이 울리고 교무실로 돌아오면 힘이 쭉 빠져 책상에 기대있어야 했다.
고3 담임,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입시 상담과 그 과정에서 30명 아이들의 고민과 체념이 하나둘 얹어지며 점점 지쳐가던 어느날이었다. 급식 지도를 하는데 몸은 무겁고, 눈꺼풀은 점점 내려왔다. 하필 급식으로 나온 투명 플라스틱통에 담긴 주스를 보니, 교실에 가져가 마시다 흘린 주스 자국과 아무렇게나 통이 굴러다니며 엉망이 되었을 교실 장면이 떠올랐다. 남아 있던 기운들이 밑바닥까지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종례하러 교실 문을 연 순간 "선생님 힘내세요! 사랑해요!"라는 칠판 메모에 정신이 확 돌아왔다. 교실 뒤편 분리수거함 위엔 말끔하게 씻겨 반짝이는 플라스틱 주스통이 얌전히 줄을 맞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반장이 성큼성큼 나와 롤링페이퍼를 주고 나머지 아이들은"선생님 힘내세요!"를 크게 외쳤다. 고3 담임 선생님이 느낄 노고에 대한 고마움이 롤링페이퍼 속 투박한 한 줄 한 줄들로 채워져 나의 가슴에 흐붓히 흘러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어쩌면 위로받고 싶었나 보다. 힘들고 아픈 것을 꾹꾹 누르며 감추고 버티었던 마음 한켠엔, 누군가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같이 있었나 보다. 고마운 우리반 아이들이, 그런 나를 알아보고 웃게 해줬다.
어쩌면 나는 너무 오만했던 것이 아닐까? 멋진 선생님의 모습을 한결같이 보여야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세상에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아이들이 빛나려면 선생님이 보내주는 그 빛을 반사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 빛을 잃지 않으려면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어야 한다. 그 사실을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30명이 보내주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마음에 힘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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