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 갇힌 아시아나 합병…박삼구 손배 소송 감감무소식

인천국제공항에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첫 재판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회장의 부실 경영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 결정 등 답보 상태가 5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흔들리고 있다.

8일 법원 누리집을 보면,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전 회장과 전직 임원 3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10월13일 소장이 서울남부지법에 접수된 이후 재판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박삼구 전 회장 등의 2심 형사재판 경과를 보기 위해”서다. 박 전 회장이 지난해 8월17일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자,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주주들에게 심각한 손해가 발생했음이 인정됐다”며 226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다. 금호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해 자금줄로 동원됐다가, 저비용항공사(LCC) 등장 등 항공산업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대한항공 품에 안기게 된 근본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현안은 2020년 11월 결정된 대한항공과의 결합 과정의 장기화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결합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터다. 이런 상황이 3년 여 간 지속되면서 경쟁력의 핵심인 인력 확보와 투자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직원수는 2020년 말 8952명에서 올해 3월 말 8248명으로 700여명 줄어든 상태다.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지난해부터 세 자릿수 규모의 채용을 재개한 것과 대비된다. 항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비행기 도입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연말까지 여객기를 156대에서 12대 더 늘릴 계획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은 78대에서 3대 늘리는 데 그친다. 2019년 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비행기는 여객기 74대, 화물기 12대 등 86대였다.

부채비율이 올 1분기 현재 1671.2%에 이르는 등 재무 상황도 최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2019년 871%에서 올해 1분기 218%로 하락해 기업결합 심사 대응에 여유가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순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주가가 대한항공의 인수 계획이 확정된 2020년 말 이전 수준의 3분의 1 수준인 1만원대 초반에서 장기 횡보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은 ‘위기’ 상태인 셈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합병 뒤) 구조조정 가능성도 있는데 사람을 새로 뽑기는 어려울 것이다. 항공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제때 투자를 못한 아시아나가)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선 합병 추진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도 많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합병 무산에 대비하기 위해 제3자 매각 등 ‘플랜B’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공식 부인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기수가 어디로든 향하지 못하고 계속 구름 속에 갇힐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