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유’ 엄태화 감독 “높은 완성도 노잼? 장르적 쾌감 즐겨주시길”[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8.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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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다가온 ‘콘유’, 130분 내내 몰입할 수 있도록 최선”
“한계 없는 이병헌, 매순간 놀라워...디렉션 필요 없는 현장”
엄태화 감독이 ‘가려진 시간’ 이후 7년 만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여름 극장가를 찾아왔다. 사진 I롯데엔터테인먼트
“운명처럼 다가온 기회인지라...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해요. 남은 건 관객들의 평가죠. 어떤 반응이든 겸허히 받아드릴 거예요.”

극장가 여름 대전 마지막 주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호평 속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제 남은 건 관객들과의 만남뿐, ‘사령탑’ 엄태화(42) 감독은 애써 덤덤한 얼굴로 “관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진심이 닿길 바란다”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 분)과 입주민들, 그리고 외부인들이 오로지 살아 남기 위해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담았다.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 ‘콘크리트 유니버스’ 중 관객들에게 공개된 첫 주자이자, ‘잉투기’ ‘가려진 시간’ 등을 선보인 엄태화 감독의 신작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은 작품은 많지만,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재난물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사람들에게 특히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 색다르게 다가왔다”는 엄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그 의미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워낙 특수하지 않나. 그 안에서라면 다양한 군상에 대해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닝이 인상적”이라는 호평에 “장르적 재미, 영화가 가진 의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보고자 시작점부터 공을 들였다. 사실적 전달과 영화적 아우라를 적절하게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 웹툰과는 상당히 달라요. 일단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에 그대로 담기엔 다소 작은 이야기로 느껴져 확장시켰고, 주인공 또한 너무 수동적으로 느껴져 적극적이고 변화하는 인물로 각색 작업을 많이 거쳤어요.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에 각종 전사를 만들고, 배경이 되는 ‘아파트’의 의미를 더 깊고 리얼하게 다루려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어요.”

주연 배우 이병헌의 연기력은 또 한 번 찬사를 이끌어냈다. 엄 감독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 캐스팅 자체로 기뻤고, 든든했고, 깊이 신뢰했다”며 “개인적으로 엄청난 경력의 대선배시고, 경험이 풍부하신데도 나를 ‘감독’으로서 존중해주고, 배려해주고, 편안하면서도 유익한 소통을 이끌어주셨다. 감사하고 존경하고 감동적”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전날 자신이 없을 때 촬영한 장면들을 쓱 보더니, 분위기를 금방 파악하곤 원래부터 이 곳에 쭉 계셨던 분처럼 노련하게 섞이더라고요. 굉장한 집중력, 번뜩이는 아이디어, 적응력 등 모든 게 놀라웠어요. 아주 미묘한 차이도 여러 버전으로 표현해주고, 매번 완벽한 결과물을 내주셨고요. 편집할 때마다 또 다른 모습, 새로운 얼굴에 저 또한 소름이 돋았고요. 선택지가 정말 많아 행복했죠. 한계가 없는 배우 같아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스틸.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화 감독은 현장에서 디렉션이 없기로 유명하다. 엄 감독은 이에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좋은 배우를 찾는 게 나의 가장 중요한 1번이다. 내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배우가 해석하는 캐릭터를 현장에서 보고, 그것이 나와 다를 땐 대화를 나눠보며 여러 버전을 만들어 가장 좋은 걸 선택하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시 이병헌을 언급하며 “(이병헌 배우가) ‘이 사람이 좀 더 변화하는 캐릭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저도 바꿔보려 했지만 그 때 이미 시나리오가 꽤 완성된 상태여서 이야기를 늘리긴 어려웠다”며 “고민하다가 한 장면만 촬영 중간에 추가했다. 재난을 겪고 걸어나오는 영탁이 폐허가 된 아파트를 돌아보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 신에서 이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순간을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내심 걱정이 됐다. 그 장면 하나로 인물이 설명이 안 되면 어떡하지 싶더라. 그런데 정말 그 안면의 떨림이나 그런 것들이 대사 한 마디 없이 짧은 순간에 인물의 변화를 설명해주더라. 이게 영화적 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거듭 경이로워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좋은 배우들뿐인 현장이라 감독인 제겐 행복한 순간들뿐이었어요. 배우 분들이 저마다 알아서 살아 숨쉬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 주셔서, 그 어울림이 자연스럽고 이미 완성형이었어요. 저는 신이 나서 찍었죠.”

엄태화 감독은 어두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완성도 있게 다루며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흘렀다.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를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을까.

엄태화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영화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 고수하면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하기 위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미’ 부분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의 블라인드 시사를 통해 관객의 소리, 평가를 참고해 편집할 때 상당 부분 적용했고, 최대한 많은 분들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우리 이야기에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수정이 많았다”며 “톤 조절을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곳곳의 디테일한 표현·재미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라는 정말 엄청난 배우가 함께 해줘 진심으로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제겐 엄청난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메시지가 중요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더 중요한 건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 즉 재미잖아요. 기존과는 좀 다른, 색다른 쾌감을 관객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관객 분들이 130분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간절히 바랍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9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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