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보지도 않은 탁상감리 만연"… 불법에 무감각 '인지장애'

김노향 기자 2023. 8. 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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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보수를 받고 건축물의 안전을 보증하는 공사 감리자들이 실제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서류 감리'를 비일비재하게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인천광역시 검단 소재 아파트단지의 공사 도중 지하주차장 붕괴가 발생한 사고에서 무량판(보를 건너지르지 않고 기둥머리로 받게 만든 철근 콘크리트 바닥판) 구조의 전단보강근(전단력을 저항할 수 있도록 보강한 철근)이 대거 누락됐고, 이 같은 사실이 감리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 역시 현장 감리의 부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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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부실시공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현장. /사진=뉴스1
많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보수를 받고 건축물의 안전을 보증하는 공사 감리자들이 실제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서류 감리'를 비일비재하게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과 달리 비전문가에게 생명의 핵심 고리를 담당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초 경기 양주시의 한 택지개발지구에 준공·입주한 A아파트는 홈네트워크 설비 공사 과정에서 인·허가기관이 현장 확인 없이 감리처리 결과만 확인해 고발당했다.

지난 4월 인천광역시 검단 소재 아파트단지의 공사 도중 지하주차장 붕괴가 발생한 사고에서 무량판(보를 건너지르지 않고 기둥머리로 받게 만든 철근 콘크리트 바닥판) 구조의 전단보강근(전단력을 저항할 수 있도록 보강한 철근)이 대거 누락됐고, 이 같은 사실이 감리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 역시 현장 감리의 부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검단 현장을 조사한 결과 32개 기둥에 철근 보강이 있어야 했는데, 최소 19개(60%)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감리가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현장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관행에 있다"면서 "감리 인력이 적다 보니 현장 확인이 아니라 서류 확인만 하는 형식적인 감리를 하게 되는 행태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정부 산하 공공기관 퇴직자들이 전관예우로 감리 업무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대개 행정직 출신으로 현장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 퇴직자는 정년 1년 전 명퇴 형식으로 퇴직하면 국내 메이저 설계용역사로 스카우트되어 가고 6급 이하 퇴직자도 현장감리단장 등으로 가게 된다"면서 "한국도로공사는 더하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보수공사와 자재 선정에 퇴직자가 없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감리 비용은 '건축법'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총공사비의 1.2~1.3%에 달해 공사비 1000억원 공사의 감리비는 약 12억~13억원이다. 4월에 사고가 발생한 검단 아파트의 공사비는 2010년 계약 당시 기준 2773억원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감리 과정에서 시공비가 증가하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게 돼 감리 업무를 수주해야 하는 입장에선 을이 된다"면서 "국내 건설공사 사업 참여자가 대기업 시공사와 중소 시행사, 감리 등으로 구성돼 있고 힘이 있는 발주자나 감리는 적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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