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경상수지 ‘예상 밖 흑자’ 냈지만…흑자 규모 작년의 10분 1 수준 [한강로 경제브리핑]
올해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9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낸 데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배당도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58억7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올해 4월 7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5월 19억3000만달러 흑자로 반등한 이후 두 달째 흑자로, 지난해 6월 흑자 규모(60억6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수출입 및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대가의 수입과 지급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4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한은의 지난 5월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16억달러 적자)를 크게 웃돌았지만, 지난해 상반기 흑자 규모(248억7000만달러)와 비교했을 땐 90.2% 감소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상반기 기준) 1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 1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흑자 규모가 지난해 상·하반기에 비해 축소됐지만, 당초 여러 경제기관에서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를 전망했던 점을 고려하면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서비스수지는 26억1000만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5억9000만달러)이나 올해 5월(-9억10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세부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완화 영향으로 여행수지(-12억8000만달러) 적자 폭이 1년 전(-6억5000만달러)의 약 2배에 달했고, 운송수지 흑자 규모(2000만달러)는 전년 동월(13억달러) 대비 급감했다.
반면 본원소득수지(48억5000만달러)는 지난 5월(14억2000만달러)이나 전년 동월(30억8000만달러)보다 더 많은 흑자를 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수입 등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한 달 새 9억달러에서 42억3000만달러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6월 이전소득수지는 3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상반기 경상수지가 예상 밖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최근 상품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흑자 행진이 지속할지 불확실한 데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서비스수지도 한동안 악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공급 증가에도 시스템반도체 등을 포함한 전자·통신과 화학제품 공급이 줄어들면서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 부진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2023년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지수(잠정치)는 107.1(2020년=100)로 작년 동기(108.8)보다 1.6% 감소했다. 이는 2020년 2분기 5.5% 줄어든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공급지수는 2021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내림세로 전환된 뒤 세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돼 국내로 출하됐거나 외국에서 생산돼 국내로 유통된 제조업 제품의 실질 공급 금액을 지수화한 지표로, 내수 동향을 보여준다.
국산 제품의 공급은 전자·통신, 화학제품 등이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수입도 1차 금속과 전자·통신이 줄면서 0.1% 감소했다. 수입이 줄어든 건 2020년 2분기(-0.6%) 이후 3년 만이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 공급이 국산(13.6%)과 수입(31.6%) 모두 늘어 16.4% 증가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한 전자·통신은 국산(-14.2%)과 수입(-4.3%)이 모두 줄어 8.9% 감소했다. 화학제품은 진단용시약, 폴리아미드섬유 등의 국산 공급 감소로 5.7% 줄었고, 1차 금속도 국산(-1.7%)과 수입(-12.9%)이 모두 줄면서 4.6% 감소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약화 및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전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채권금리는 물론 대출금리도 뒤따라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대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장중 4.18%까지 오르면서 1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해 10월의 4.24%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투자가들이 ‘미국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며,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미래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진다. 채권가격은 자연히 올라가는데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는 내려간다. 반면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아지면 채권 매수 수요가 낮아지면서 채권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상승한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채 발행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통화정책이 변화하는 것도 국채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일본은행이 장기금리의 변동 폭을 늘리기로 하면서 일본 국채의 금리가 올랐다. 미국 국채를 들고 있던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
미국 채권가격 변동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 금리는 주로 기간 프리미엄(장기 채권보유자에 추가 지불되는 가치) 경로를 통해 한국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른 직후였던 지난 4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2.4bp(1bp=0.01%) 오른 3.738%를, 10년물은 1.5bp 오른 3.876%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5bp 오른 4.353%를 기록했다. 은행채는 대출금리 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 대출금리는 5.17%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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