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힙합을 아느냐"…탄생 50주년, 힙합 톺아보기[딥포커스]
음악 장르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녹아들어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힙합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뉴욕 슬럼가의 파티음악에서 시작된 힙합은 이제 음악 장르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문제를 랩으로 고발하는 특유의 저항정신으로 그 태동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힙합은 이제 주류로 정착해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슬럼가 '파티음악'에서 시작한 힙합
힙합은 1973년 미국 뉴욕의 빈민가 브롱스(Bronx)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당시 자메이카 출신 DJ 쿨허크(Kool Herc)가 한 파티에서 간주 구간, 일명 '브레이크' 구간을 연속 재생하며 비트를 만들었고 여기에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이는 '브레이크 댄스'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이때 생겨난 특유의 비트에 맞춰 파티 진행자들, 이른바 'MC'(Master of Ceremonies) 들이 랩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이 요소들의 결합으로 힙합이 탄생했다.
슬럼가의 암울한 현실에서 소외된 젊은이들의 돌파구가 된 힙합은 파티음악으로 자리잡았다가 이내 흑인사회의 경제적 빈곤과 인종차별 등 냉혹한 현실을 전하는 랩으로 탈바꿈한다.
힙합 역사가 랄프 맥대니얼스는 AFP통신에 "힙합의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힘든 시기를 겪으며 탄생했다"며 "그들은 좋은 곳에서 살지는 못했지만 그곳의 모든 경험을 가져다 음반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힙합의 '황금기'를 이끈 동부와 서부
뉴욕은 힙합의 본고장답게 1980년대와 1990년대 힙합의 황금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985년 결성된 힙합그룹 퍼블릭 에너미는 인종 차별과 흑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저항적 가사를 선보였다.
라킴, LL 쿨제이, 더 노토리어스 B.I.G 등의 래퍼들은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랩을 구사하며 선구자 역할을 했으며 솔트 엔 페파와 로린 힐 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은 여성 래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동시대 동부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캘리포니아 기반의 서부힙합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등 인종차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힙합 그룹 N.W.A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닥터 드레와 스눕 독 같은 슈퍼스타들이 등장했고 힙합의 전설로 남은 투팍도 갱단의 폭력에 시달리는 흑인사회의 현실을 담은 랩으로 서부힙합의 인기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때 힙합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가사와 래퍼들간의 '디스전'에 따른 유혈사태를 통해 폭력적인 음악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에서 전 세계로
1990년대 후반부터 힙합은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다. 팝 장르 전반에서 힙합적 요소가 차용됐으며 미국을 넘어 각 국가마다 고유의 힙합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 역시 이때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힙합을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힙합 장르에서 백인 래퍼 에미넴은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힙합의 판도를 바꿨다.
또 힙합은 미국 그래미에서도 단독 부문으로 채택돼 예술성을 인정받았고 래퍼 켄드릭 라마는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사회적 통찰력이 담긴 가사로 힙합 가수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힙합은 패션과 언어, 춤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녹아들면서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큰 흐름(movement)이 됐다고 AFP는 평가했다.
힙합 탄생 50주년을 맞아 세계에서는 기념 행사가 잇따랐다. 지난 2월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전설적인 래퍼들이 등장해 힙합 대표곡들을 들려줬고 그래미는 이례적으로 힙합에 생방송 8분을 할당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 5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힙합 비트 50선을 담은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힙합이 파티음악이던 시절부터 즐겼다는 브롱스 주민 폴라 팔리(59)는 AFP에 "사람들은 힙합을 그다지 받아들이지 않았고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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