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출루율 4위' 아쿠냐 제친 김하성, 마침내 MVP 후보로 공식 거론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9일(한국시간)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대 리그 MVP 후보는 만장일치였다. 하지만 이제 만장일치로 의견이 통일된 선수는 단 한 명뿐"이라면서 최근 달라진 기자들의 민심을 공개했다.
후반기 시작해서 MLB.com 기자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MVP 후보는 아메리칸리그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내셔널리그는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26·애틀랜타 브레이브스)였다.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하면서도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를 기록 중이었고 아쿠냐 주니어는 20홈런-40도루로 메이저리그 새 역사를 향해 달리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여전히 오타니 홀로 지배적인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내셔널리그에서는 프레디 프리먼(34·LA 다저스)를 비롯해 쟁쟁한 후보들이 후반기 들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이날 조사된 MVP 투표에서도 아메리칸리그는 오타니가 48개 표를 싹쓸이한 반면, 내셔널리그는 아쿠냐 주니어 45표, 프리먼 3표로 표가 분산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것은 1위표 이외 표들의 행방이다. 무키 베츠(31·LA 다저스), 맷 올슨(29·애틀랜타), 후안 소토(25·샌디에이고)가 뒤를 이은 가운데 그 외 후보로 김하성이 놀란 아레나도, 코디 벨린저 등과 함께 거론됐다. 올 시즌 김하성은 108경기 타율 0.288, 15홈런 41타점 62득점 24도루, 출루율 0.384 장타율 0.454 OPS 0.838을 기록하면서 2021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든 수비에 더해 타격 성적도 뒷받침되면서 팀 기여도 측면에서도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 따르면 김하성은 bWAR 5.6으로 아쿠냐 주니어와 함께 내셔널리그 공동 1위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져도 김하성 위에는 8.6의 오타니밖에 없다.
이렇듯 놀라운 활약에 미국 현지 온·오프라인에서 팬심을 담아 김하성에게 MVP 챈트를 보내는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MLB.com 등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MVP 선정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김하성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MLB 네트워크에서는 김하성을 정밀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MLB 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김하성은 오프스피드 공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출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MLB 네트워크는 6월 16일 이후 최소 130타석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김하성이 wRC+(조정 득점 생산력) 185로 프리먼과 공동 3위로 동급의 생산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25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중 타석당 투구 수도 4.36개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네 번째로 투수들을 귀찮게 하는 타자였다.
세부적인 지표들이 중첩된 결과가 후반기 출루율 메이저리그 전체 4위였다. MLB 네트워크가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후반기 출루율 리더 부문에서 김하성은 0.490으로 4위를 차지했다. 0.474의 아쿠냐 주니어를 제친 수치. 실제로 후반기 성적만 따지면 김하성은 대부분의 타격지표에서 아쿠냐 주니어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이며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김하성이 23경기 타율 0.384, 5홈런 10타점 18득점 8도루, 출루율 0.490 장타율 0.593 OPS 1.083, 아쿠냐 주니어가 21경기 타율 0.370, 4홈런 12타점 20득점 12도루, 출루율 0.474 장타율 0.580 OPS 1.054로 나란히 후반기 OPS 부문 ML 8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MVP 표를 받은 적은 4차례 있었다. 추신수(41·SSG 랜더스)가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14위, 2013년 신시내티 시절 12위에 오른 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에는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LA 다저스 시절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면서 MVP 19위, 2020년 토론토 시절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오르며 MVP 13위를 오른 것이 전부였다.
김하성도 실제로 MVP가 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선배들과 달리 김하성은 아쿠냐 주니어, 프리먼 등 실제 MVP 후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면서 한국인 빅리거 역사상 가장 많은 MVP 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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