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G 6개월’ 전경준 감독 “팀사정 들여다보니 축구 관점 넓어져…라 리가 공부도 꾸준히” [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청라=김용일기자] “양 팀 사정 모두 들여다보며 분석하니 축구 관점 넓어진다.”
프로축구 K리그 경기력을 분석하고 향상 방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거듭난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으로 활약중인 전경준(50) 전 전남 감독은 축구에 새로운 눈을 뜨고 있다며 말했다.
전 감독은 최근 인천 청라에서 본지와 만나 “TSG하면서 제3자 시선으로 양 구단을 바라보니 확실히 경기를 분석하는 방식이 달라지더라”며 “감독할 땐 상대 팀 장,단점을 분석하고 우리 대처 방안을 찾는 데 고민을 많이 하는데 양 팀 사정을 공부하고 바라보니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TSG 위원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P급 라이선스 또는 관련 박사학위 보유자, K리그 전·현직 감독이 맡고 있다. K리그 1,2부 모든 현장에 파견돼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 평점을 매긴다. 또 경기 평가 회의를 통해 라운드 베스트11, 최우수선수(MVP)를 뽑는다.
프로축구연맹 내에서는 전 감독이 내놓는 분석 자료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지도자를 하면서 ‘지니어스’라는 애칭을 안으며 팬의 지지를 받았다. 올림픽 및 A대표팀 코치를 지낸 그는 전남, 제주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특히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을 이끌 때 전술 파트를 담당하면서 인정받았다.
전 감독은 지난 2021년 전남을 이끌고 2부(K리그2)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FA)컵을 제패한 적이 있다. 당시 1부 소속 대구FC와 맞붙었는데 홈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0-1로 패하고도 원정 2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4-3 승리, 원정 다득점 원칙에 힘입어 정상에 섰다. 한 수 아래 전력에도 냉정하고 계획성 있게 대처한 전 감독의 전술 역량이 제대로 발휘된 경기로 회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2부 승격 경쟁 구도에서 열악한 스쿼드를 지닌 전남 수장으로 고충이 컸다. 결국 지난해 6월 지휘봉을 놓았다. 그는 “(전남에서 나온 뒤) 바로 TSG 제안을 받았는데 당시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쉬고 싶더라.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또 경기를 보게 되더라”고 웃더니 “올해 TSG를 하게 됐는데 현장에서 힘들었던 기억은 뒤로 하고 다시 열정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팀 색깔을 지근거리에서 분석하며 그 역시 선입견을 깬다. “과거엔 특정 팀이 주축 몇 명 위주로 경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다면 지금은 그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느낀다. 무언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이라고 사고의 전환이 되더라.” 전 감독은 TSG를 통해 K리그 각 팀 전술이 이전보다 크게 성숙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실히 1~2년 전 K리그와 다른 게 많다. 요즘 K리그에 팬이 많이 몰리지 않느냐. 전술적으로 발전한 것도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기가 몸담은 K리그2(2부)에 관해서는 “과거 수비만 한 팀이 공격과 연동하려는 게 많아졌다. 수비만 해서 결과 내는 팀은 사실 3경기 안에 다 읽힌다. 압박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자기 팀에 맞게 구성하고 상대에 맞춰 빌드업하는 등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약팀이 강팀 잡는 방식도 과거 수비하다가 카운트어택하고, 위험 지역에서 세트피스 얻는 단순한 방식에서 ‘어떻게 숫자를 두느냐’ 등 화두가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
K리그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스페인 라 리가에 관한 공부도 꾸준히 한단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팀이 많다. 바르셀로나는 자기 형태를 두면서 상대를 어렵게 하는 한두 가지 약속된 플레이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선이 굵지만 개인 능력치를 극대화한다. 비야 레알은 상대하는 팀에 맞춰 계속 바꾸더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유명한 변형 스리백(3-5-2)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플레이에 능하다”며 흥미로워했다.
전 감독은 TSG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인 K리그 경기력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리고 다시 현장 지도자로 컴백할 기회가 주어지면 ‘진화한 지니어스’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가 보유한 선수가 할 수 있는 최대 역량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지도자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음은 그것에 맞는 전술적 아이디어”라며 “지도자로 현장에 돌아간다면 더 넓은 관점으로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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