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쌍천만 감독 또 실패…"한국영화 안 변하면 죽는다"
'더 문' 50만 관객도 힘들어…최악의 결과
코로나 사태 후 신작 쌍천만 감독들 쓴맛
"팬데믹 후 한국영화 패러다임 변화 확신"
업계 "예전 방식 한국영화 더 안 통한다"
"새 감각 가진 창작자 투자해야" 시각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쌍천만 감독이 또 무너졌다. 지난해 여름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에 이어 올해 여름엔 '더 문' 김용화 감독이 흥행에 실패했다. 두 사람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웅'의 윤제균 감독을 포함하면 코로나 사태 이전에 탄생한 쌍천만 감독 4명(최동훈·김용화·윤제균·봉준호) 중 3명이 고꾸라진 게 된다.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이 상황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작년 '외계+인 1부'에 이어 '더 문'의 스코어를 보면서 한국영화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판단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50만도 쉽지 않은 쌍천만 감독
지난 2일 공개된 '더 문'은 믿고 싶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7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38만명. 현재 추세로 보면 100만 관객은커녕 50만명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작품 손익분기점은 600만명이다.
'더 문'은 김용화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신과 함께-죄와 벌'(1441만명)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명)을 1000만 영화로 만들었다. 이 외에도 김 감독 필모그래피엔 '국가대표'(839만명) '미녀는 괴로워'(608만명) 등이 포진해 있다. 그는 한국영화 흥행 귀재 중 한 명이자 한국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언론 시사 후 '더 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고 경쟁작도 많아 흥행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긴 했지만, 이 정도 수치가 나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 했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일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손익분기점이 750만명이었던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153만명이 보는 데 그쳤고(이 영화는 2부도 남아 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350만명은 봐야 수지가 맞았던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327만명에서 멈춰 섰다.
◇또 그때 그 방식? 더는 안 통해
업계는 이 상황을 상징적으로 받아들인다. 변하지 않으면 고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계에서 실패는 언제나 있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1년 사이 쌍천만 감독 4명 중 3명이 연달아 흥행하지 못하고 그 중 2명은 '망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수준의 성적을 낸 것을 일상적 흥행 실패로 규정할 순 없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 상업영화를 상징했던 감독 3명이 코로나 사태 이후 모두 관객 외면을 받았다는 건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만들어진 한국영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징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처럼 '더 문'은 진부해도 너무 진부한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관련 사이트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더 문'에 관한 리뷰를 종합해보면, '눈물 짜내기 식 이야기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으로 모아진다. 김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따라온 관객 역시 '배경만 다를 뿐 전작들과 사실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혹평했다. 스토리텔링에 문제가 생기자 '더 문'이 보여준 기술적 성취를 인정하는 관객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나온 '외계+인 1부'와 '영웅'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외계+인 1부'는 최 감독의 전작들을 혼합해서 보여줬을 뿐 사실상 동어반복에 가깝다는 비판이 다수였고, '영웅'은 윤제균식(式) 도식적 연출 패턴이 뮤지컬 영화에서도 답습됐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시대가 변했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사태 3년이 영화계를 완전히 다른 시대로 옮겨놨다고 본다. 영화계가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영화 전성기를 뛰어넘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이상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 어떤 감독도, 어떤 영화도 흥행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팬데믹 이후 티켓값이 오르고,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이 비약적으로 확장하면서 영화를 고르는 관객의 눈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워졌다.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검증된 작품이 아니면 리뷰를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움직인다. 관객은 영화관에서만큼은 TV나 스마트폰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데 영화계가 아직은 코로나 사태 이전 영광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영화계 내·외부의 일관된 목소리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이 영화를 안 본다는 것도 변명이라고 했다. 좋은 영화가 없어서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이지 관객이 극장에 오지 않아서 흥행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범죄도시' 2·3편은 1000만명을 넘겼고,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냐"며 "관객은 영화만 좋다면 돈과 시간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두하는 세대교체론
쌍천만 감독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자 일각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영화계를 이끌 젊은 세대 연출가들이 등장해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쌍천만 감독 3인이 활약한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코로나 사태 직전까 약 20년 간이다. 한국영화 부흥기와 시기가 일치한다. 김용화·최동훈 감독은 1971년생, 윤제균 감독은 1969년생으로 나이도 비슷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영화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다는 걸 인정한다면 쌍천만 감독들에게만 계속 의지할 게 아니라 앞으로 20년을 위해 새로운 감각의 영화를 보여줄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쌍천만 감독들도 무너진 상황에서 이제 영화계에서 안정적인 기획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내 대형 제작·투자·배급사들이 이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계+인 1부' '영웅' '더 문'이 모두 CJ ENM 영화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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