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잘 먹는 것도 나에겐 '독'…목숨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 예방법

정심교 기자 2023. 8. 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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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최근 일본의 아이돌 그룹 프린스츄(PrinceCHU!)의 멤버 히메리 나노가 방년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인은 다름 아닌 '아나필락시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0여 명이 벌에 쏘인 후 아나필락시스가 발병해 목숨을 잃는다. 최근 소방청에선 벌 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의 독 자체는 치사율이 매우 낮은 편이지만, 만약 벌 독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과민성 반응으로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진 교수에게서 아나필락시스에 대해 들었다.

벌 독부터 음식, 운동, 약물까지 원인만 수만 개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몸에서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알레르겐)이 들어오면 'IgE'라는 항체를 만든다. 면역 반응을 일으켰던 물질이 다시 몸속에 들어오면 염증 세포 겉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해 몇 분 안에 다양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난다. 매우 짧은 시간에도 이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극소량의 알레르겐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몇 분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흔히 밀가루, 메밀, 땅콩, 새우·가재 같은 갑각류 음식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모든 음식물이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치료를 위한 약물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벌·개미 등 곤충에게 물릴 때, 심지어 운동으로도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 있다. 안진 교수는 "심지어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운동하면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물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도 있는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데에는 매우 많은 경우가 있어 검사를 통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다양하다. 가볍게는 얼굴에 따끔거리는 느낌, 피부·점막에 두드러기나 가려운 느낌만 드는 경우도 있다. 심한 증상으로는 △기관지 근육에 경련·수축을 일으켜 호흡 곤란과 천명(기관지가 좁아져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호흡음), 저산소증, 코막힘, 콧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이 떨어져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두통·어지러움이 나타나며, 심하면 정신을 잃거나 자신도 모르게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목젖을 중심으로 후두 부위에 심한 혈관 부종이 생기면 기도가 막혀 질식할 수도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무서운 건 대개 30분 이내에 급성으로 증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사망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안진 교수는 "반응이 나타난 즉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대부분 회복하지만, 늦어지면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하는 게 상책, 어려우면 에피네프린 챙겨야
알레르기를 확인하려면 반응이 언제 나타나는지 발생 상황을 파악하는 병력 청취와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항원을 피부에 조금 떨어뜨려 반응을 확인하는 피부반응검사가 대표적이다. 혈액에서 특이 lgE를 확인하는 MAST, ImmunoCAP 검사도 있다.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발검사를 조심스럽게 시행해 볼 수 있다. 특히, 약물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의심 약물을 먹어서 확인해보는 경구 유발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유발검사의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이 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치할 수 있는 의사와 함께 검사 도중 몸 상태를 체크하고 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알레르기 물질로부터 멀리하는 것이다. 꽃가루알레르기가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한다. 벌 독 알레르기가 있으면 외출 시에 향수·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고 밝은 색상이나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게 도움 된다. 벌초처럼 벌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할 때,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받아 소지하는 게 안전하다.

벌·꽃가루를 피하고자 바깥으로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인 알레르겐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면역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레르겐을 몸에 반복 노출해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면역치료를 받으면 꽃가루·곰팡이 등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될 때 증상이 더는 나타나지 않는다. 눈·코뿐만 아니라 전신 증상이 심하거나 기관지 증상까지 있는 경우라면, 알레르기 증상의 근본적인 치료로 면역치료가 권장된다.

면역치료는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 면역치료'와 혀 밑(설하)에 약물을 녹여 먹는 '설하 면역치료'로 나뉜다. 설하 면역치료는 주로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인 통년성 알레르기 환자, 피하 면역치료는 계절성 알레르기일 때 사용하게 된다. 원인 알레르겐을 단독·혼합해 피하 주사로 주사하는 방법으로 초기 단계는 적절하게 희석된 알레르겐을 매주 1회씩 피하 주사하며, 주사 시 용량을 2배씩 증가해 최고 농도의 알레르겐 용량(유지 용량)까지 올린다. 유지단계는 유지 용량을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주사해 치료 효과를 얻는다.

면역치료는 대체로 3~5년간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치료 기간이 다소 길지만, 치료 후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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