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인턴’ 라미란 “짠내 가득 경단녀 생존기…누구나 공감할 걸요?”

티빙 오리지널 ‘잔혹한 인턴’ 라미란
“경력 단절 여성의 갈망 잘 녹여내
엄지원 10년 전엔 착했는데 반전
이런 리얼한 드라마 또 없을걸요”

배우 라미란(48)은 19년차 ‘워킹맘’이다. 2004년 아들을 낳은 이듬해에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 데뷔를 한 후 조·단역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그렇게 출연한 작품 편수만 80여 편에 달한다. 언뜻 보면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지만, 그에게도 “내가 배우로 일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순간이 있었다. 출산 직후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아 꼬박 1년간 일을 하지 못했다.

당시 느꼈던 초조함과 절실함을 11일 공개하는 티빙 드라마 ‘잔혹한 인턴’에 생생하게 녹여냈다. 라미란은 8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나 ‘하이퍼 리얼리즘’의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일에 대한 열정 투영해”

드라마에서 그는 한 생활용품회사에서 이름을 날린 ‘전설의 MD’였으나 7년간의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주부 고해라 역을 맡았다. 인턴으로 돌아간 회사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해 7월에 촬영을 마쳤어요. 최근에 다시 영상을 보니까 깜짝 놀랄 만큼 현실적이어서 감탄했어요. 경력 단절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 점을 떠올리면서 일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상품기획실장인 동기 엄지원으로부터 “휴직을 앞둔 워킹맘들이 퇴사하도록 유도해주면 과장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파란만장한 회사생활이 펼쳐진다.

“실제였다면 당연히 거절했겠지만, 고민은 정말 많이 따랐을 것 같아요. 끊긴 경력을 다시 잇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아니까요. 극중 중2 딸내미로부터 ‘엄마한테서 아빠 냄새 나’라는 말을 들을 만큼 회식에서도 열정을 불태워요. 부모 시청자라면 ‘너 때문에 일한다!’면서 자식 생각하며 버티는 고해라를 십분 이해해줄 거예요.” ●“엄지원과 10년 만의 호흡 최고”

2013년 영화 ‘소원’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엄지원과 이번 드라마에선 팽팽한 경쟁 관계를 이룬다. 1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난 엄지원의 새로운 면모도 봤다고 돌이켰다.

“평소에 절친한 사이인데 이렇게 한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니 색달라요. 그때는 지원 씨가 순진하고 착했던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하늘같은 상사로 나오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우리가 10년을 버텼다는 것도 새삼 와 닿았어요.”

그의 코믹한 매력을 세상에 알린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를 연출한 한상재 PD와도 다시 만난 만큼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7개의 시즌이 방송된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라미란은 시즌12부터 17까지 5개 시즌에서 활약했다.

“출산을 앞둔 대리, 자녀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과장, 40살까지만 일하고 조기퇴직할 거라는 MZ세대 직원까지 다양한 세대와 직급의 사정이 촘촘하게 그려져요. 어떤 캐릭터에도 금방 이입될 거예요. 공감을 무기삼아서 여러분들의 마음에 똑똑 노크할 테니 마음을 활짝 열어주세요. 이 정도면 저, 시청자 면접 합격인가요? 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