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교권을 살리려면

2023. 8. 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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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교육현장에서의 심각한 교권 침해의 상황이 언론과 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XX 선생 자격 없는 X… 막말에 실내화 투척’, “만삭일 때 발로 배를 차고 침 뱉던 학생도”, “선생님 딸 향해서도 성희롱”, “교재 가져오라 했더니 아동학대로 신고”, 언론에 보도된 추락한 교권의 모습이다.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로 교권강화를 위한 고시안을 준비 중인 교육부 장관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불합리한 (교권침해의 주범으로 지목된 서울교육청 등 6개 교육청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고 정략적 갈등의 소재가 돼 버리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유보적이다.

교권 침해는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나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육현장에서 학부모에 의해 학생인권조례가 악용된 사례는 무수히 많고 악성민원으로 인한 교사들의 실질적인 피해로 정상적인 교육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을 “모든 학교생활에서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를 보면 학생은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열거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인권조례가 사생활 보호 등 학생의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만 교사 나 및 다른 학생의 인권과 학교 규범을 존중해야 할 학생의 책무를 담보하는 조항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 10명 중 4명은 수업 방해 학생 때문에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응답했다. 이는 OECD 평균보다 10%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교사 10명 중 1명만이 학생에 의해 수업 방해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권 강화를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교권보호위원회 권한 강화 등도 중요하지만 교육현장을 소송의 장으로 만든 아동학대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7월 학생들 싸움을 말리려 책상을 넘어뜨린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지 1년 3개월 만에 혐의를 벗었다.

많은 교사들이 장기적인 법률 분쟁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받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학교 안 교원 대상 법률 분쟁은 판례 기준 1188건이었다. 형사사건이 70%가 넘었다. 서울시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법률분쟁에서 교원이 승소하거나 ‘무죄’ 판결을 받은 건수가 패소한 경우보다 2배가량 많았다. 승소해도 보상금이나 합의금은 비용에 비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직위해제로 인한 교사 본인과 가족의 고통은 보상되지 않는다.

서울 지역의 1만 명 교사들이 교권을 보호하려면 학생인권을 모호하고 과도하게 규정한 아동학대처벌법을 가장 먼저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대부분 무고성이다. 2022년 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인한 기소율은 1.5%에 불과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옛말이 됐더라도 “가르치고 싶은 교사,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비교 관점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민주시민으로 갖춰야 할 공동체 역량이 전반적으로 낮다. 민주시민교육은 이제 지식중심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을 기반으로 참여와 실천 경험을 강화해 거듭나야 한다.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협력해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면 법의 취약한 부분을 악용해 교육현장을 어지럽히는 악성민원 학부모가 활개 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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