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도 안가는 신림역 4번 출구…"일상 회복" 팻말 들고 40명 모였다

김도균 기자 2023. 8. 9. 0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나라에 정말 큰 일이 벌어진 거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19일째인 8일 저녁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을 지나가던 40대 여성이 초등학생 아들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달 21일 신림동 순대타운 골목에서 4명의 사상자가 난 흉기난동 사건 이후 시민 불안을 잠재우겠단 취지다.

인근의 한 상인은 "나도 이 근처에 살고 이곳에서 장사하지만 4번 출구 근처로는 한 1주일은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관·경 신림동 상권 합동순찰
8일 저녁 8시1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가 골목(순대타운). 박민영 관악경찰서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박준희 관악구청장(앞줄 왼쪽 네번째) 등 민·관·경 약 40명이 합동순찰에 나섰다./사진=김도균 기자


"우리나라에 정말 큰 일이 벌어진 거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19일째인 8일 저녁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을 지나가던 40대 여성이 초등학생 아들에게 건넨 말이다. 그의 말처럼 시민들은 묻지마 범죄에 밤낮없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범죄 현장이 된 상권은 활기를 잃었다.

서울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 지역 상인회가 신림동 상권 합동순찰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신림동 순대타운 골목에서 4명의 사상자가 난 흉기난동 사건 이후 시민 불안을 잠재우겠단 취지다.

관악경찰서 경찰관, 관악구청장 등 구청 직원, 녹색어머니회, 서원동상점가 상인회 등 민·관·경 약 40명은 이날 밤 8시부터 약 30분 동안 신림동 순대타운 일대 합동순찰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하겠습니다", "안전을 위협하는 허위글, 명백한 범죄입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합동순찰은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골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골목 입구에서는 지난달 21일 피의자 조선(33)이 또래 남성 4명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흉악 범죄가 벌어진 지 20일도 안 돼서인지 상권으로 들어서는 여러 곳의 입구 중 이곳은 특히 사람들이 발길을 피하고 있다.

인근의 한 상인은 "나도 이 근처에 살고 이곳에서 장사하지만 4번 출구 근처로는 한 1주일은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상권 안으로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관악구에서 일한다는 한 직장인은 "평소보다 사람이 정말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배모씨는 "이 자리에서 12년째 장사하고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건 코로나19(COVID-19) 때 이후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배씨에 따르면 가게 매출은 흉기난동 사건 전에 비해 50%가량 줄었다.

8일 저녁 8시39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식당. 이곳 사장 50대 배모씨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토로한다./사진=김도균 기자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퍼지는 '살인예고' 글 탓에 타격이 크다. 배씨는 "신림역 인근에서 예고 게시글 올라온 다음날이면 매출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했다. 언론 보도뿐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모바일 앱을 통해 살인 예고가 난 지역이 공유되고 시민들은 그곳으로의 외출을 꺼리고 있다.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장모씨(59)도 "장난스러운 글(살인예고)이 올라오면 나도 퇴근할 때 택시 타게 되는데 여기를 찾는 손님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상인들은 합동순찰이 1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장씨는 "주변에서도 신림동을 우범 지역이라고 말한다"며 "이번 합동순찰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 도는 걸 이벤트성으로 끝내지 말고 더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예전처럼 돌아오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순찰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순찰 현장에서 박민영 관악경찰서장은 "(묻지마 범죄는) 신림동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문제가 됐다"며 "기동대 배치 등 경찰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이 지역이 안전하다고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