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부·금 모의고사, 당신은 몇 점?
“이런 걸 꼭 평소에 알고 있어야 하나요? 필요할때 찾아보면 되지 않나요?”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얘기가 아니다. 경향신문이 지난 6월20일부터 7월1일까지 20~30대 남녀 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부동산·금융 분야 온라인 설문조사(문제풀이)에 답한 응답자 A씨의 말이다. 민법(가족법)과 근로기준법, 부동산 전세·매매 계약, 대출부터 신용카드 사용에 이르기까지 법·부동산·금융 분야의 실생활 상식을 묻는 30문제였다.
A씨의 법·부동산·금융 점수는 각각 40점·10점·80점이었다. A씨의 말대로 스스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검색을 하면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영끌’ ‘빚투’가 청년세대의 탈출구로 여겨지고, 전세사기와 주가 조작 사태 등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법·부동산·금융 지식을 가까이 하는 것은 청년세대의 자산형성이나 사기 예방을 위해 국·영·수의 기초를 다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됐다. 올 상반기 발생한 전세사기,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등은 해당 분야의 관련 지식이 별로 없는 사회초년생 혹은 초보투자자들이 범죄에 손쉽게 연루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 임차인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면 우선변제받지 못한다. 주식 시장에서 투자권유자가 통정매매(사전에 정해진 시간과 가격에 서로 짜고 특정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시세조종(주가조작)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대량인출사태(뱅크런) 도 마찬가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유튜브 말고 정부 말을 믿어달라”고 했다. 일부 유튜버가 새마을금고는 예금보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예금자들의 동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자체 기금으로 금고당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장한다.
법·부동산·금융 분야의 기초 지식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스스로가 억울한 피해자나 범죄자가 되는 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해당 교육을 접할 기회는 아예 없거나 제한적이다. 대학에서도 배울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막상 사회에 나오면 아르바이트 계약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집주인과 전세 또는 월세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적잖은 시간적, 금전적 학습비용을 지불한 뒤에야 체계적인 지식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경향신문은 2030세대의 법·부동산·금융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위해 자체 마련한 총 30문항의 질문을 남녀 287명에게 물어봤다. 이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사례를 보고 각 분야의 교육과 제도 중 개선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총 5회에 걸쳐 짚어본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유급휴가는 누가 받을 수 있을까? 대항력은 도대체 뭐지? 약관과 계약은 다른가?#
▲법·부·금 모의고사, 지금 풀어보세요!(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3/econq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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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 연차 유급휴가 문제 정답률 가장 저조…“1년 80% 이상 출근하면 받아요”
법 분야 문제는 민법 중 가족법(친족·상속), 근로기준법을 위주로 출제했고 민법상 성년의 나이가 몇 살인지, 국가인권위원회에 관한 내용도 물었다.
직장생활이나 언론·미디어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은 만큼 출제 당시에는 부동산이나 금융 분야에 비해 점수가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채점 결과 가장 평균 점수가 가장 낮았다.
총 10문제 중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8번)의 정답률이 14.6%로 가장 낮았다. 보기 ①은 “사용자는 1년간 9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인데 근로자는 80% 이상만 출근하면 연차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제60조).
가장 많이 고른 오답은 ④“연차 유급휴가는 1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소멸한다”였다(40.1%). 일부 회사(사업장)가 단체협약 등으로 아낀 연차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취업규칙 등은 근로기준법보다 피고용자에게 유리하게 정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대한 틀린 설명을 고르는 문제(7번)는 ⑤“사용자는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가 정답이었다. 4명 중 1명(24.8%)만 맞췄다.
응답자의 38%는 ②“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7시간, 주당 35시간이다”를 틀린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미성년자 중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법정근로시간은 성인보다 하루 1시간 적다는 점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15세 미만인 사람은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없다.
인권위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으로 고르는 문제(10번)는 정답률이 두 번째로 낮았다. 정답은 ⑤ “진정 내용이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총장, 군 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고발할 수 있다”였다(18.1%).
응답자 다수는 ②“인권침해 행위자와 소속기관에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25.8%)와 ③“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법률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22.3%)를 옳은 설명으로 골랐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진정인이나 소속기관 등에 구제조치나 징계를 권고할 수 있고 검찰총장에 관련 내용을 고발할 수도 있지만 시정명령을 할 수는 없다(인권위법 제44조, 제45조). 피해자가 원치 않는 법률구조 요청도 해서는 안 된다(인권위법 제47조).
혼인에 대한 틀린 설명을 고르는 문제(1번)에서는 가장 많은 응답자(36.9%)가 ③“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다”가 잘못된 설명이라고 답했으나 맞는 설명이다. 정답은 ①“혼인 신고는 주민센터, 정부 민원포털사이트(민원 24), 구청에서 할 수 있다”였다(24.7%). 혼인 신고는 주민센터나 민원 24에서 할 수 없다.
정답률이 가장 높은 문제는 이혼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2번)였다. 응답자의 63.8%가 ③“이혼 시 배우자의 퇴직금, 퇴직연금, 노령연금은 재산분할청구권 대상이 아니다”를 정답으로 골랐다.
재산분할청구권 제도는 부부가 혼인 중에 만든 재산은 공동재산이라는 점을 기초로 한다.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면서, 배우자와 이혼했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이며, 본인이 60세가 되었다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사람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다(국민연금법 제64조 등).
유언에 대한 틀린 설명을 선택하는 문제(4번)의 정답률도 50%가 넘었다(52.3%). 정답은 ② “피상속인이 날인 없이 컴퓨터에 저장한 유언장도 법적 효력이 있다”였다.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5가지(자필증서,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받아쓴 증서)에 의한 유언)로 정하고 있다(민법 제1065조).
이 중 자필증서는 유언자가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민법 제1066조). 피상속인이 컴퓨터에 저장하고 날인하지 않은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없다.
민법상 성년의 나이를 고르는 문제(9번)도 절반 이상(50.5%)이 ③“만 19세”를 정답으로 골랐다. 40.1%는 ②“만 18세”를 골랐다. 2019년 말 18세부터 선거권을 갖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고 2021년 말에는 피선거권도 18세로 낮아졌지만 민법상 성년의 나이는 19세이다.
법 분야 문제의 평균 점수는 36점으로 세 분야(법·부동산·금융) 중 가장 낮았다. 90점이 최고점수였고 득점자는 20대 여성(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직)과 30대 남성(변호사) 총 2명이었다.
부동산 : ‘전세사기’로 관심 커진 임차인 대항력…주민등록 당일 아닌 ‘다음날’ 발생
부동산 분야는 실생활에서 경험했거나 경험할 수 있는 부동산 매매·임차와 관련한 문제를 냈다. 부동산등기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을 기본으로 했다.
설문 대상인 2030세대가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어 이해도가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균 점수는 법 분야보다 높았다.
총 10문제 중 상가임대차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중 틀린 것을 찾는 문제(9번)의 정답률이 16.7%로 가장 낮았다. 정답은 ①“일시 사용을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는다”였다. 상가임대차법은 상가건물 임대차가 일시 사용을 위한 게 명백할 때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6조).
지역별로 적용되는 보증금 액수가 다르고, 임차인의 대항력 요건은 상가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이며, 대항력을 갖췄다면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차권이 존속하며,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이나 차임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증액 청구를 할 수 없고 증액률도 5%를 초과할 수 없다는 ②~⑤는 모두 맞는 설명이다.
부동산 등기 신청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고르는 문제(5번)의 정답률도 22.6%에 그쳤다. 건물을 신축하고 부동산의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때는 신축자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틀린 설명이라고 생각한 응답자가 많았다(27.5%).
27.2%는 부동산을 사고팔 때는 원칙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부동산 등기를 같이 신청해야 한다는 ‘공동신청주의’가 틀렸다고 답했다. 정답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잔금까지 지급했다면 소유권 이전 등기는 3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한 ③이었다. 6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올 초 발생한 전세사기로 관심이 컸던 주택임차인의 대항력에 관한 문제(8번)도 22.0%만이 정답을 맞혔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에 발생하는데 당일로 알고 있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임차인은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당일 집주인이 아파트를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설문 응답자의 40.1%는 ④“주택법상 다가구주택 임차인이 호수는 기재하지 않고 지번만 기재하고 전입신고를 했다면 대항력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가 틀린 설명이라고 답했으나 맞는 설명이다.
주택법상 단독주택,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공관은 ‘단독주택’으로 분류된다.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와 같은 ‘공동주택’과 다르다.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고 건축물관리대장에도 구분소유가 불가능한 건물로 분류돼 임차인이 지번만 기재해 전입신고를 해도 대항력을 얻는다.
부동산과 부동산 등기에 대한 일반적 설명 중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1번)에서는 가장 많은 응답자(37.6%)가 ⑤“근저당권은 부동산등기부 을구에 표시된다”를 선택했으나 맞는 설명이다. 갑구에 소유권에 관한 사항이, 을구에 소유권 이외의 권리(근저당권·전세권·임차권·지역권·지상권)가 표시된다.
정답은 ③“부동산등기부는 갑, 을, 병구로 나뉜다”였다. 갑구와 을구로 나뉜다. 정답률은 36.6%였다.
O, X 문제 2문제는 모두 정답률이 60%가 넘었다. “상속받은 부동산은 등기하지 않아도 상속인이 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처분하려면 등기해야 한다”는 3번 문제의 정답은 O였고 정답률은 65.9%였다.
4번 “국내에서는 부동산 등기상의 기록을 믿고 거래하기만 하면 상대방(매도자)이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어도 부동산(물권)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된다”의 정답은 X(69.3%)였다. 국내 부동산등기제도는 ‘공신의 원칙’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등기상 기록을 믿고 거래했더라도 상대방이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면 부동산(물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A씨가 부동산등기부를 보고 B씨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아파트를 적법한 절차로 매수했더라도, 나중에 B씨가 정당한 상속인이 아닌 게 드러나면 A씨는 아파트 소유권을 얻을 수 없다.
부동산 분야 평균 점수는 38점으로 법 분야보다 2점이 높았다. 100점은 취업 준비 중인 20대 남성 한 명이었다.
금융 : ‘알쏭달쏭’ DSR 규제…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금융상품은 ‘예외’
금융 분야는 은행 대출, 주택청약종합저축, 예금자보호·금융상품 약관 등 소비자 보호 제도, 보험 고지의무, 주식과 채권, 신용카드, 이자소득세율 분야에서 10문제를 출제했다.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 절세 등 재테크 관련 지식을 묻는 문제는 배제했다.
정답률이 가장 낮은 문제는 보험의 고지의무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10번)였다. 금융 분야 10문제 중 유일하게 정답률이 30%를 넘지 못했다.
정답은 ④“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려도 효력이 있다”였다(정답률 29.3%).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사실행위만을 한다. 즉 계약이라는 법률행위 당사자가 아니어서 고지수령권이 없다.
설계사의 고지수령권을 인정하면 연고 모집으로 보험계약자와 담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험설계사의 고지수령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응답자의 43.2%는 ⑤ “보험자(보험사)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를 틀린 설명으로 골랐지만 이는 맞는 설명이다.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 체결 후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뿐 계약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다.
정답률이 두 번째로 낮은 문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대한 틀린 설명을 고르는 문제(4번)였다. DSR 규제는 매년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2년부터 본격화한 대출 규제이다.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여기에 전세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상품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⑤“전세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도 산정 대상이다”가 정답이었다(정답률 36.2%).
정부는 최근 전세 시세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가 심화하자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도 1년간 한시적으로 DSR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6번)의 정답은 ④“변동형은 일반적으로 차주에게 적용되는 금리가 매달 달라진다”였다(정답률 41.8%).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반적으로 3, 6, 12개월 단위로 달라진다. 대출을 실행할 때 소비자가 기간 및 지표금리를 선택한다.
금융상품 약관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고르는 문제(2번)의 정답률은 44.6%였다. 약관규제법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때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조). ⑤“약관의 내용이 불명확할 때는 작성자인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원칙이다”라는 설명이 정답이다.
2번 문제를 푼 10명 중 3명(31.7%)은 ③“고객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 법령에 정해진 것을 반복·부연하는 내용은 사업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가 틀린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객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 예컨대 치킨가맹점사업자가 치킨을 팔 때 치킨무나 양배추샐러드와 같은 보조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 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설명이어서 가맹점의 명시·설명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5.6.9. 선고 2003두7484).
법원은 응시인원이 한 해 수백만명에 이르는 토익 시험처럼 계약 내용을 설명하는 게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도 사업자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판결했다(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서울지법 2003.5.2. 선고 2002가합62628).
예금자보호제도에서 금융투자상품은 보호 대상 금융상품이 아니라는 점(1번), 휴대전화 요금 납부와 같은 비금융 거래 실적도 개인 신용평가에 반영된다는 문제(3번), 시장이자율이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상승한다는 내용(7번), 신용카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는 소비자 선택사항이라는 문제(8번), 이자소득세율은 지방세 포함 15.4%라는 내용(9번) 등은 정답률이 높았다.
금융 분야 평균 점수는 49점으로 3개 분야(법·부동산·금융) 중 가장 높았다. 만점은 한 명(20대·학생·여), 90점은 14명이었다.
각 분야 평균 점수 보니
법·부·금 각각 36·38·49점
부동산·금융 만점자 1명씩
경향신문은 2030세대의 법·부동산·금융 분야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각 분야 10문제씩 총 30문제에 답하는 설문조사(문제풀이)를 지난 6월20일부터 7월1일까지 실시했다. 대학교 게시판,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경향신문 뉴스레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온라인 설문했다.
응답자들의 각 분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법 36점, 부동산 38점, 금융 49점이었다. 만점자는 법 분야는 없었고 부동산과 금융은 각각 한 명이었다.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했거나 관심이 없는 문제는 어렵고 생소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문제는 분야별로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에 필요한 지식을 묻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보험의 경우 보험의 일반적 특성이나 기본 원리를 묻기보다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고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할 고지의무에 대한 문제를 냈다.
법과 부동산 문제는 민법, 근로기준법, 부동산등기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법률을 기본으로 했다. <생활법률>(김엘림·최용근), <부동산법제>(조승현·김재완) 등 대학 교재도 참고했다. 금융은 <대학생을 위한 실용금융>(금융감독원), <은행산업 관련 기본지식>(은행연합회)에서 도움을 받았다.
초안을 작성한 후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서울고검장),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김보경 금감원 금융교육기획팀 수석조사역(3급)의 감수를 받았다. 검토 의견에 따라 일부 문제는 변경하거나 다른 문제로 대체했다. 감수위원 모두 각 분야 문제가 어려운 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주택임차인의 대항력에 대한 문제(부동산 8번)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이사와서 주민등록을 마친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올 상반기에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는데 개인으로서는 정확한 권리 순위를 평소에도 알 필요가 있고, 사회적으로는 대항력 발생 시기를 전입신고 시점으로 변경하는 데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보경 수석은 “금융 분야 1번 문제에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3.9%)가 금융투자상품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휴대전화 요금 납부와 같은 비금융거래 성실납부 실적도 개인 신용평가에 이용되고(3번), 신용카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은 선택 가입 서비스라는 사실(8번)은 응답자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부원장은 “금융 분야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시행하는 금융 지식 평가보다 어려운 편인데도 평균 점수가 높았고 90점 이상 득점자는 전문가 수준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후곤 변호사는 “법률가도 만점을 받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서 고득점 여부로 상식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문제 구성은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이 대부분인 만큼 이번 기회에 (독자들이) 관련 내용을 숙지해서 법을 몰라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효 응답자는 287명으로 여성 159명, 남성 128명이었다. 연령대는 30대가 165명(57.5%), 20대가 122명(42.5%)이었다. 거주지역은 대부분이 서울(257명·89.5%)이었다.
직군은 한국고용직업분류(2018)를 기준으로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이 128명(44.6%), 학생 46명(16.0%), 교육·법률·사회복지·경찰·소방직 및 군인 24명(8.4%), 무직(취업준비중) 23명(8.0%), 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직 22명(7.7%) 순이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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