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뇌파계·초음파 사용 가능?…13년째 소송 이달 결판난다

천선휴 기자 2023. 8.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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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뇌파계 대법원 선고·24일 초음파 파기환송심 앞둬
대법원 선고 앞두고 양의계-한의계 갈등 최고조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한의사 뇌파계·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법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 선고가 각각 이달 18일, 24일로 예정돼 있어 의료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두 사안 모두 지난 판결에서 법원이 한의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의계는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며 '운명의 8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선고의 향방에 따라 한의원에서도 뇌파계와 초음파 기기를 이용한 진단이 가능해져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 News1

◇13년 전부터 시작된 뇌파계·초음파 기기 사용 논쟁

오는 18일 대법원 선고를 앞둔 ‘한의사 뇌파계 사용’에 대한 논쟁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뇌신경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2010년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고 신문에 광고를 냈다. 뇌파계는 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압파(뇌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기기다. 뇌종양·간질 등 뇌와 관련된 질환을 진단하거나 뇌를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

서울 서초구보건소는 다음해 1월 ‘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 광고를 했다’며 A씨에게 경고 및 업무정지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2012년 4월 보건복지부도 A씨에게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결국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열린 행정소송 1심에서 법원은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뇌파계 사용이 의료법상 허가된 한방의료행위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3년 뒤 열린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뇌파계는 인체에 위험성이 크지 않아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에 대한 대법원 선고 일주일 뒤인 24일엔 또 다른 핵폭탄급 판결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파기환송심이다.

이 사건도 13년 전부터 시작된다. 자궁내막증식증을 앓고 있던 B씨는 2010년 3월 자궁·난소 치료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B씨는 2012년 6월까지 초음파 검사 68회를 받으며 한약을 지어 먹었다. 하지만 병에 차도를 보이지 않자 B씨는 같은 해 7월 초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산부인과에서는 “큰 덩어리가 보이니 큰 병원에 가보라”며 전원을 권유했다. 서울시보라매병원을 찾은 B씨는 조직검사를 받고 자궁내막암 2기 판정을 받았다.

1심과 2심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금지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C씨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초음파 진단기기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볼 수 없고, 한의학 전문 과목에 영상의학과가 없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 C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진단한 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거나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 때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의견에 따라 그대로 판결 날 가능성이 커 대한의사협회는 선고를 앞둔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탄원서를 제출 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3.7.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우리도 침 놓을 수 있어” vs “양의사들 무지하고 오만”

양의계와 한의계는 성명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뜨거운 논쟁을 이어갔다. 홍주의 한의사협회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낸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양의학 원리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그 초음파를 동양의학의 기반인 한의사가 쓰면 안 된다는 양의사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의사들은 한복 입고 짚신만 신고 다녀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양의계도 마지막 선고를 앞두고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환송심 재판부에 의사 1만200명을 대표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빌미 삼아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갈등은 선고 기일이 다가올수록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럴 거면 우리도 침을 놓겠다”, “양의사들은 무지하고 오만하다” 등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의료기기가 단순히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이럴 바엔 면허 체계를 일원화 하고 우리도 침을 놓고 한의사도 뇌파계·초음파 기기도 사용하게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과대학에선 4년 내내 초음파 진단법을 배우지만 한의사들은 현대 의학 장비 사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전문가가 없을뿐더러 서양의학에서 배우지도 못하지 않느냐”면서 “B씨가 2년 동안 68번의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서도 암이 진행된 걸 몰랐다는 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합법화가 얼마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양의사들의 논리가 무지하고 오만하다고 반박한다. 권선우 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한의사들이 단순히 진단기기들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한의과대학 교과과정을 보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전체 교과 과정 중 80% 이상이 의과대학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의사들의 무지하고 오만한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권 의무이사는 “법원에서의 현명한 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거짓 선동하며 재판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한의사협회는 초음파 진단의 급여화를 선결 과제로 보고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는 모습. 2022.12.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조계도 촉각…"지난 판결과 비슷" vs "국민 안전 달린 문제, 재고돼야"

법조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지난 판결과 비슷한 결론이 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국민 건강이나 생명 안전을 고려한다면 지난 판결은 재고돼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모습도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초음파 진단기기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뇌파계도 의료행위의 보조 수단으로 보고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파기환송심은 전원합의체 판결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고, 뇌파계 사용 금지도 대법원이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다연 한국의료변호사협회 대외협력위원장(법무법인 혜)은 "의료영상 판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영상의학과 의사들도 장기간 수련을 통해 판독하고, 일반 의사들도 영상사진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판독을 요청해 진단한다"면서 '초음파 자체가 침습적 행위가 아니라 사용해도 된다'는 식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오진이나 판독 누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모든 위험은 환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민 생명과 신체 안전을 좌지우지하는 측면을 고려해 보면 판결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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