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서프라이즈'에도···마냥 웃기힘든 이통사[양철민의 아알못]

양철민 기자 2023. 8.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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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영업익 25%↑·LG U+ 영업익 16%↑
‘AI 올인’하는 SKT··· 영업익 ‘제자리걸음’
높은 이익률에 통신비 인하압박 거세질 듯
“과점기반 지대추구 행위” 비판도 숙제
[서울경제]

이통3사 중 SK텔레콤을 제외한 KT·LG유플러스가 올 2분기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익 상승은 기업 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다만 정부 규제를 받는 통신산업 특성상 높은 이익률은 통신비 인하 압박 강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마냥 미소짓기 어렵다.

이통 3사가 사실상 과점 형태로 20여년간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는 점과 국내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국민 시선도 곱지 않다. 특히 김영섭 KT 신임 대표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높은 이익률이 향후 경영계획 수립시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정무적 판단? ‘골디락스 이익률’ 기록한 SKT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 2분기 매출 4조3064억원과 영업이익 463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9%, 영업이익은 0.83%씩 각각 상승한 수치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SK텔레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새 뒷걸음질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두자릿수의 영업이익 증가률을 기록했다. KT는 올 2분기 6조5475억원(3.7%↑)의 매출과 5761억원(25.5%↑)의 영업이익을, LG유플러스는 3조4293억원(1.3%↑)의 매출과 2880억원(16.0%↑)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영업이익률이 결국 이통사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시장 과점 문제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바 있다. 결국 이통사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과점에 따른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의 결과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을 제외한 나머지 이통사 두곳에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은 물론, IPTV 등 유선통신 기반의 서비스에도 정부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재벌 중 ‘정무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SK그룹 산하 SK텔레콤이 ‘정부의 눈밖에 나지 않으면서도 주주 원성 또한 크지 않을 만큼’의 ‘골디락스’ 수준의 이익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KT ‘깜짝실적’···김영섭 신임대표 ‘운신의폭’ 좁아져

반면 2분기 기준 2010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KT는 이후에도 이익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 전문가’이자 ‘재무통’으로 불리는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차기 대표에 낙점되며 비용 효율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임 대표 취임 후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익률 제고에 힘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 대표 후보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상무를 비롯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비용절감의 마스터’라 불릴 정도의 이력을 가졌다. CFO 출신의 대표이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풀 한포기 남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CFO 출신 대표는 ‘더 이상의 비용효율화가 불가능할 만큼’ 비용감축에 적극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재계에서는 비용감축 능력만 놓고 봤을 때 주요 그룹 CFO 중 LG 그룹 인사들의 능력을 첫 손에 꼽는다. LG전자 CFO 출신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또한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재임 당시 비용 효율화로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시장에서도 김 대표 후보의 비용절감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KT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KT 주가는 김 대표 선임 후 영업일 기준 하루만에 4% 넘게 뛰기도 했다.

김영섭 KT 신임대표 후보.

문제는 KT라는 그룹의 특수한 지위에 있다. 민영화 이후에도 계속된 취업청탁 및 낙하산 논란에서 알 수 있듯 KT는 사실상 공기업에 가깝다. KT 대표 자리 또한 사기업 대표처럼 수익성 추구에 힘써야 하는 한편, 공기업 대표처럼 사회적 공헌 확대에도 신경써야 하는 일종의 정무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KT의 이익률이 빠르게 높아질수록 김 신임 대표의 입지가 되레 좁아질 수 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옛말처럼, 김 대표 후보가 LG그룹에서의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KT 대표가 됐지만 조금은 다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SK텔레콤은 당분간 정부 압박에서 자유로울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의 특명에 따라 인공지능(AI) 및 구독경제 서비스 활성화 등 비통신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수익 증가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IMF 외환위기 당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내주고 통신사업권을 따냈다. 정부가 당시 ‘빅딜’에 대해 어전히 ‘부채의식’이 있는 만큼 LG유플러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마냥 높이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LG유플러스가 ‘만년 3등’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의 선전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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