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에 찔린 美증시…"이젠 채권을 할 시간"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8. 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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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G20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앤 반 프라그 무디스(Moody's)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2.10.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욕증시가 하루 만에 3대 지수의 반락으로 하향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예고 없이 은행권에 대한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여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장중 400포인트 이상 빠졌던 다우존스 지수는 100포인트대 하락으로 하락폭을 당일에 상당히 만회했다.

8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158.64포인트(0.45%) 하락한 35,314.49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19.06포인트(0.42%) 내린 4,499.38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110.07포인트(0.36%) 하락해 지수는 13,884.32에 마쳤다.

무디스는 이날 소액 대출은행 가운데 M&T뱅크와 피나클 파이낸셜, BOK파이낸셜, 웹스터 파이낸셜 등 10개사의 등급을 하향했다. 또 캐피탈원과 시티즌 파이낸셜, 피프스서드 뱅코프 등을 포함한 11개 은행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뉴욕멜론은행과 US뱅코프, 스테이트 스트리트,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컬린 프로스트 뱅커, 노던 트러스트 등에 대해선 잠재적인 등급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은행 관련 상장주가지수펀드인 The SPDR S&P regional bank ETF(KRE)는 1.5% 이상 하락했다. 무디스가 지목하지 않은 대형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도 1~2% 하락세를 보였다. 인프라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CEO 제이 햇필드는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며 평가를 애써 부정했지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줄어드는 것은 시장 정서에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은행들 금리와 자산부채 리스크 직면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나온 밥이라는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SVB 고객이었다는 이 남성은 파산한 SVB에 돈을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무디스 애널리스트 질 세티나와 애나 아소브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은행들 일부가 금리와 자산부채 관리(ALM) 리스크에 놓여있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이 본격화하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의 예금(유동성)이 고갈됐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채권 등) 고정금리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금융권의 유동성과 자본에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은행들의 2분기 실적은 수익적인 측면에서 압박이 증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며 "2024년 초에 미국에서 경미한 경기침체가 벌어질 수 있고, 일부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에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산 건전성이 견고하더라도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서 신용도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가 크게 인상되고 은행 시스템 준비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은행의 ALM(자산부채관리) 위험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범위 내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 미국 금리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상승하고 있어 이는 은행의 고정 자산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지방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자본이 적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대차대조표에서 고정금리 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관일수록 수익성과 자본을 늘리고 대출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 측면에서 더 큰 제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는 주로 통화정책 긴축으로 인한 자금조달 및 금리 리스크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보다 자산건전성 악화가 임박했다는 경고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하면 머니무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증시에 잠재된 큰 위험이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널리스트 곤잘로 아시스는 "S&P 500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가지는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한 가지 지표에 주목한다"며 "2000년 이후 본 적이 없는 마이너스 지점에 이 지표가 도달해 있고 이는 표면적으로 주식시장이 금리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조셉 칼리쉬는 "국채 수익률이 역사적 고점은 아니지만 여전히 매수할 가치가 있다"며 "1953년 이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평균 5.5%,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평균 5.3%였다"고 되짚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026%를,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4.113%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칼리쉬는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이후 CPI(소비자물가지수)의 연간 변화는 최근 3.0%로 급락했다"며 "동일한 기간 동안 10년물 수익률은 약 100bp 상승했다"고 비교했다. 이어 실제로 채권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먹을거리거 있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기간에는 더 그렇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잘 타는 것이 이미 랠리가 지나버린 증시에서 머뭇거리는 것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글로벌 주식 전략가 앤드류 가스웨이트는 "이제 주식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이라며 "내년에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BOA의 스테판 수트메이여는 "전술적 수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거들었다. JP모건 최고 주식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사람들이 경제 상태에 대해 너무 낙관적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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