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쫄깃한 고기, 얼큰한 국물 ‘족살찌개’…아빠가 드시던 그 맛, 이 맛이네

지유리 2023. 8. 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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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북 문경엔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탄광이 있었다.

문경의 대표 향토음식인 '족살찌개'는 이곳 탄광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문경읍에서 1대 사장이던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식당 '황토성'을 운영하는 황옥순 사장(47)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를 위한 별식으로이 족살찌개가 상에 오르던 저녁식사 풍경을 기억한다.

요즘도 식당을 찾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반갑다며 족살찌개를 주문하고선 "옛날에 먹던 그 맛"이라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옛 추억이 떠오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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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35) 경북 문경 ‘족살찌개’
석탄 먼지 시달린 광부의 별식
30년 탄광 역사와 궤를 함께해
약돌돼지 등뼈로 육수 끓이고
족살·감자·두부에 고추장 풀어
찌개 한술 올리면 흰쌀밥 술술
30여년 전 광부들이 즐겨 먹던 족살찌개. 약돌(거정석) 사료를 먹은 약돌돼지 앞다리살을 푸짐하게 넣어 구수하고 얼큰하다. 중장년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청년에겐 흥미로운 향토사를 알게 해주는 음식이다. 김건웅 프리랜서 기자

한때 경북 문경엔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탄광이 있었다. 이 탄광은 1994년 폐광될 때까지 30여년간 석탄을 생산하며 지역경제를 이끌었다. 세월이 흐르며 탄광은 사라지고 그 많던 광부도 온데간데없어졌지만 문경 사람들의 삶 속엔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문경의 대표 향토음식인 ‘족살찌개’는 이곳 탄광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족살이란 약돌돼지의 앞다리살을 이른다. 과거 광산에선 약돌(거정석)을 채굴했다. 게르마늄·셀레늄 등 미네랄이 풍부한 광물이라 이를 가루로 만들어 돼지 사료에 섞어 먹였다. 약돌 사료를 섭취한 돼지는 육질이 쫄깃하고 누린내가 없다.

늘 석탄 먼지에 시달리던 광부들은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목에 낀 먼지를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려면 삼겹살 구이가 가장 효과적이었겠지만 당시 삼겹살은 비싸고 귀한 부위였으니, 값싼 앞다리살을 끊어다 찌개로 끓여 먹었다.

“아버지가 광산에서 일하셨어요. 어릴 적 퇴근하시면 집에 와서 족살찌개를 드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문경읍에서 1대 사장이던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식당 ‘황토성’을 운영하는 황옥순 사장(47)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를 위한 별식으로이 족살찌개가 상에 오르던 저녁식사 풍경을 기억한다. 요즘도 식당을 찾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반갑다며 족살찌개를 주문하고선 “옛날에 먹던 그 맛”이라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옛 추억이 떠오른단다.

이 식당의 조리 비법은 국물에 있다. 약돌돼지 등뼈로 끓인 육수에 직접 담근 고추장을 풀어 맛을 낸다. 또 족살은 비계 비율이 높은 편이라 고깃국이 기름지고 진하다. 원형은 족살과 감자·두부만 들어갔는데 지금은 팽이버섯·느타리버섯 등도 더했다. 대파도 큼직하게 썰어넣는다. 씹는 맛이 다채롭고 채소가 우러난 국물이 달큼하고 깔끔하다.

족살찌개가 상 위에 올랐다. 얼큰한 찌개를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이 있을까. 보글보글 끓는 것을 보니 침이 고인다. 흰쌀밥 한술에 찌개 한술. 고기·두부·버섯을 한번에 크게 떠먹어야 제맛이다.

밥을 반공기 정도 비우니 황 사장이 “밥에 감자를 으깨 비벼 먹으라”며 먹팁(맛있게 먹는 방법)을 귀띔한다. 극강의 구수함이 계속 입맛을 당긴다. 또 하나의 숨은 팁은 찌개 속 고기를 건져 쌈에 싸 먹는 것. 푹 익어 흐물거리는 족살은 특히 찐 양배춧잎과 잘 어울린다.

옛 문경 사람들에게 족살찌개는 고된 하루를 달래주던 솔푸드(Soul Food)였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겐 부모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별미로 통한다. 그 위상이 어떻게 바뀌든 향토사를 품은 음식으로 오래오래 이어질 먹거리라는 건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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