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작황 줄줄이 빨간불…반입량 줄며 시세 불안정

최지연 2023. 8. 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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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무 수확량 절반으로
고랭지감자도 단수 감소
방울토마토 수정불량 ↑
“태풍 영향 따라 또 급변”
서울 가락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감자 경매 시작 전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폭염이 열흘 넘게 지속되면서 농산물 수급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온으로 일부 뿌리채소는 부패 현상이 발생하고, 과채류에서는 수정 불량 등의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 당분간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채소류 시세는 물량 부족으로 강보합세가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품위별 가격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출하 전 선별에 특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연이은 폭염으로 작황부진=폭염이 계속되면서 무를 비롯한 뿌리채소의 부패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장기간 집중호우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부패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김종수 강원 평창 진부농협 과장은 “비가 내린 후 갑작스럽게 고온이 이어져 배수가 잘 안되는 무 밭의 경우 수확량이 50%까지 감소했다”며 “평소 3305㎡(1000평) 기준 5t 트럭 3대 나오던 물량이 요새는 절반도 안 나온다”고 전했다.

고랭지감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변무림 정선 임계농협 과장은 “4일부터 수확작업을 시작했는데 배수가 잘 안되는 밭에선 부패된 감자가 보인다”며 “구 크기도 크지 않아 3.3㎡(1평) 기준으로 지난해 10㎏이 나왔다면 올해는 8㎏ 정도로 단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수량이 적었던 강릉지역은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현 강릉농협 차장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일부 밭을 제외하고 작황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약용작물인 황기 역시 수확량이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혁 경북 영주농협 약용작물산지유통센터장은 “지금 밭에 나가보면 밭의 50%는 잎이 노랗게 변해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며 “황기는 11월에 수확하는 작물인데 폭염이 계속되면 이달말에는 뿌리가 부패해 잎이 까맣게 죽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온으로 수정 불량도 발생하고 있다. 8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출하하는 춘천지역은 현재 수정 불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우스 온도가 42℃까지 올라가면서 생육이 저하되고 벌 수정도 원활치 않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이달 중순 이후에나 파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환 춘천농협 공선출하회장은 “하우스 온도가 42℃까지 올라가면서 1·2화방 수정이 제대로 안됐다”며 “무더위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 방울토마토 피해가 최소화되고 성출하기 때 나올 수확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데 현재로선 작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홍성호 춘천 신북농협 상무는 “폭염 때문에 토마토 줄기가 꼬불꼬불하게 자라 새로 심는 농가도 있다”며 “원래 이 시기가 더위 때문에 생산량이 적지만 올해는 출하량 감소가 예년보다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입량 감소로 시세 불안정=산지 작황부진 심화로 시세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토마토의 경우 공급량이 감소한 반면 발주량은 증가해 평년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방울토마토는 5㎏들이 상품 한상자당 3만6455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3만6940원)과 비슷하고 평년 8월(2만1223원)보다 71.8% 높은 값이다.

박준환 동화청과 경매사는 “최근 외식업체 등이 계약재배 한 토마토 수급이 원활치 않아 시장 발주량이 크게 늘면서 9만원까지 올라가는 강세를 형성했다”며 “선별이 잘된 상품은 특히 높은 값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충해와 수정 문제로 이달 전체 토마토 생산량은 감소할 전망인데 대형 유통사의 행사가 진행되면 시세는 한번 더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와 감자는 상품성 있는 물량이 적어 품위별 가격 편차가 커질 전망이다. 이용호 한국청과 경매사는 “감자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데다 품위는 예년만 못한 것 같다”며 “다만 봄감자 저장량이 적은 것으로 파악돼 시세는 현 수준에서 강보합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강보합세가 지속되면 가을감자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사는 “김치공장 등의 봄무 저장량이 증가해 판매처가 감소한 데다 최근 가락시장 시세가 높아 상품성이 낮은 무도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소비 흐름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감모율이 높고 상품성이 좋은 무가 적다보니 상 등급의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 변수는 앞으로 다가올 태풍이다.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사는 “워낙 고온에다 가물었던 탓에 약한 비가 내리는 수준이면 큰 피해가 없겠지만 강수량이 많아지면 산지 상황은 급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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