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5점차인데 세이브가?' 공 2개 던지고 생애 첫 기록 감격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수원=김우종 기자 2023. 8. 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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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수원=김우종 기자]
KT 김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KT 김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8일 수원 한화-KT전.

KT는 5회까지 7-1 리드를 잡으며 사실상 승기를 굳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KT가 여전히 7-1로 앞선 9회초. 한화의 마지막 공격.

KT는 투수를 손동현에서 세 번째 투수 하준호로 교체했다. 이날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하준호의 공이 좋다면서 중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준호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문현빈에게 2구째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대타 이진영은 4구째 헛스윙 삼진 아웃. 이어 윌리엄스마저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이제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1개.

그러나 이후 하준호의 제구가 흔들렸다. 대타 최재훈을 5구째 볼넷으로 내보낸 뒤 하주석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한 투수 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를 방문했으나, 결국 정은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하고 말았다. 점수는 7-1에서 7-2, 5점 차가 됐다.

최근 야구는 흐름에 따라 5점 차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결국 KT는 투수 교체를 선택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2021년 2차 5라운드 45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은 뒤 올 시즌 계약한 김영현(21). 광주화정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졸업한 그는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6경기에 구원 등판해 15⅔이닝을 던졌다.

김영현이 마주한 타자는 김태연. 초구는 한가운데로 꽂았으나 파울. 이어 2구째 또 슬라이더를 던졌다. 김태연의 타구가 원바운드로 힘없이 2루수 앞에 떨어졌다. 1루 송구 아웃. 경기 종료. 공 2개로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김영현이었다. 김영현은 자신의 모자를 매만지며 포수 장성우에게 꾸뻑 고개를 숙인 채 인사한 뒤 악수를 나눴다. 김영현의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에 출전해 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 16이닝 동안 17피안타 12볼넷 18탈삼진 13실점(12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81, 피안타율 0.274가 됐다.

KT 김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이렇게 김영현은 감격의 생애 첫 프로 무대 세이브를 따냈다. 사실 본인도 몰랐던 데뷔 첫 기록. 5점 차 상황에서 올린 '이례적인' 세이브였다.
KBO 야구 규칙 9.19 구원 투수의 세이브 결정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투수에게 세이브 기록이 주어진다.
(a) 자기 팀이 승리를 얻은 경기를 마무리한 투수

(b) 승리 투수의 기록을 얻지 못한 투수

(c) 다음 중 어느 것이든 해당하는 투수

- (1) 자기 팀이 3점 이하의 리드를 하고 있을 때 출전해 최소한 1이닝 이상 투구했을 경우

- (2) 베이스에 나가 있는 주자 또는 상대하는 타자 또는 그다음 타자가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출전했을 경우

- (3) 최소한 3회를 투구했을 경우 세이브 기록은 한 경기에 한 명에게만 부여된다
여기서 김영현은 '9조 19항 (c) (2)'에 해당한다. 5점 차 상황이었지만, 1·2·3루 주자와 타석에 선 김태연 그리고 다음 타자 오선진까지 득점하면 동점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풀이해,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을 때 동점이 되면 점수 차나 아웃카운트에 관계없이 세이브 조건이 되는 것이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현은 이날 오랜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경황이 없어 세이브 상황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가 나중에 알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10일 키움전 이후 약 두 달 만에 출전한 김영현. 그런 그에게 생애 첫 세이브 기념구를 챙겨준 건 바로 선배 고영표였다.

김영현은 "(고)영표 형이 공을 챙겨주시기 전까지 세이브 상황인지 정말 몰랐다. 그 정도로 정신없이 몸만 풀고 등판했다. 오랜만에 1군에서 던질 기회를 얻었는데 2군에서 잘 준비해서 그런지 자신감도 있었다. 마운드에 올라가 (장)성우 선배 미트만 보고 던진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영현은 퓨처스리그에서 22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을 마크했다.

사령탑인 이 감독은 경기 후 "김영현의 데뷔 첫 세이브를 축하한다"고 했다. 김영현은 "승, 패, 홀드보다 감독님께서 찾으실 때 믿음이 가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어떤 상황이든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해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다음 등판을 기약했다.

KT 김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2023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한 KT 김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KT 김영현이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 생애 첫 프로 무대 세이브를 따낸 뒤 기념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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