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화X실행" 韓-日의 여축 4년,달라도 너무 달랐다[女월드컵 결산②]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5일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16강 탈락 후 귀국했다.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사상 두 번째 16강을 자신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콜롬비아와의 1차전에서 0대2로 완패했고, 벼랑끝 모로코와의 2차전에서 0대1로 2연패, 16강이 멀어졌다. 'FIFA 2위'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1대1로 비기며 승점 1점, 대회 첫 골을 넣은 데 만족해야 했다. 1무2패, 16강 탈락. 핑계 없는 무덤도 없지만, 이유 없는 결과도 없다. 냉철한 비판과 명확한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현주소와 가야할 길을 짚는다.[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년 전 WE리그를 창설하기로 한 결정이 일본 여자축구의 오늘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다카다 하루나 일본 여자프로축구리그 회장이 7일 WE(Women Empowerment) 리그 미디어 브리핑 현장에서 한 말이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조별리그에서 강호 스페인마저 4대0으로 돌려세우며 3연승으로 16강에 오르더니, 노르웨이와의 16강전도 3대1로 승리하며 8강에 선착했다.
4년 전 프랑스에서 3전패하며 16강에서 탈락한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대회 콜롬비아, 모로코에 무기력하게 2연패한 후 독일과 1대1로 비기며 또다시 짐을 쌌다. 극명하게 엇갈린 희비처럼 일본과 우리의 지난 4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명언처럼 한국 여자축구의 추락은 지난 4년간 빛의 속도로 발전한 세계 여자축구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예고된 결과다.
일본은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 직후 리그 프로화 논의를 시작했다. 2011년 여자월드컵 우승, 2015년 여자월드컵 준우승국 일본은 프랑스 대회 16강서 네덜란드에 1대2로 패하며 탈락했다. 자국리그 프로화, 여자 유로 창설을 통해 경기력, 스피드, 피지컬, 기술 모든 면에서 진화한 유럽 대륙에 고전했다. 8강 진출국 중 아시아는 전무했다.
일본은 프랑스 대회 4강에 오른 잉글랜드가 2018년 프로리그 출범 후 눈부시게 발전한 사례에 주목했다. 맨시티, 아스널, 첼시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여자축구단을 직접 운영하며 남자축구의 선진 노하우가 녹아들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귀국 직후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여자축구 프로리그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은 '현상황에 대한 위기감, 프로화 추진, 여자축구 과제 산적'이라는 기사에서 프로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JFA 관계자 역시 "일본 여자축구는 정체됐다. 이 시점에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며 절박함을 표했다.
2021년 가을 11개팀으로 구성된 '1부' 프로리그 WE 리그가 출범했다. 구단 임원 중 최소 1명은 여성으로 하고 3년 이내 각 구단 직원 절반 이상은 여성이 차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뒀다. 전통의 일본 여자 실업축구 나데시코리그는 1-2부로 나뉘어 각 12개팀, 10개팀을 뒀다. 4년 후 월드컵, 다시 만난 일본은 '환골탈태' 이상이었다. 24.8세의 어린 스쿼드, 프랑스 20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맛본 영건들은 겁없이 내달렸다.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실행'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프랑스월드컵 3전패 직후 여자축구 발전 심포지엄을 열고 개선책을 약속했다. 거버넌스 통합, WK리그 프로화, 저변 확대 등 다양한 논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공염불이었다. 2023년 남북공동 여자월드컵 유치가 물거품이 되면서 관심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4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등록선수는 1400여 명으로 줄었다. '골때녀(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는 '축구예능'의 인기일 뿐 여자축구의 인기가 아니다.
2009년 출범한 WK리그는 한때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자부심이었지만,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졌다. 14년 전과 똑같이 3년차나 10년차나 연봉 상한선은 5000만원에 묶여 있고, 인천 현대제철 등 일부 인기구단을 제외하곤 관중 100명도 채 안되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른다. 프로화는 세계적 대세이자 가야할 길이다. 2001년 미국 여자프로축구 출범 이후 2018년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 프로리그에 이어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여자 세리에A도 출범했다. 한국을 꺾고 16강에 오른 '북아프리카 복병' 모로코에도 1-2부 프로리그가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소연의 수원FC위민처럼 K리그 산하 여자축구, 유소녀 팀이 절실하다. 지난해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은 '모두의 스포츠'를 규정하고 있다.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등 K리그 리딩클럽은 물론, 지자체장들이 구단주로 있는 K리그 시도민 구단들도 여자축구 프로화에 관심을 가질 때다. 다시마 고조 JFA회장은 WE리그 출범 당시 "여자축구 프로리그 출범은 단순히 여자축구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고 다양성과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태릉선수촌장 출신 '사라예보 탁구 레전드' 이에리사 전 의원은 "나는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여자축구에 남자축구 예산의 10분의 1만 지속적으로 투자해도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2010년 울산 청운중, 현대정보과학고, 울산과학대, 인천 현대제철 팀을 잇달아 창단했던 정몽준 KFA 명예회장 역시 "축구에선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빨리 세계 무대를 호령할 것"이라고 했었다. "여자축구에 대해 체육계의 관심이 너무 낮다. 미국은 1994년 남자월드컵 이후 2003년 여자월드컵이 열렸는데, 미국 현지에선 여자월드컵이 더 재미있다고들 했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인식이나 저변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었다.
한국 여자축구 사령탑 콜린 벨 감독의 "여자축구 시스템의 전면 혁신" 발언은 '타이밍'이 틀렸을 뿐 메시지는 틀리지 않았다. "WK리그 대부분 선수들이 '우리가 이기면 좋다.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더라. 난센스라고 생각했다.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 승리를 하고 이기고 우승하고 경쟁하는 것이 축구다. 시스템이 같다면 결과도 같다. 시스템도 인력도 선수도 다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 여학생 축구선수들을 적극 키우고 K리그 산하 팀으로 가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2~16세 유소녀 선수들끼리 경기를 자주 치러야 한다. 구조를 재편하고 철학과 비전을 명확하게 갖고 가야 한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본은 명확한 철학과 30년 비전을 갖고 있다."
일본 여자축구 프로리그 'WE리그'의 세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둔 7일, 리그 기술고문인 가노 미치히사 U-19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미디어 브리핑에서 "스페인전 4골은 모두 WE리그 소속 선수들이 기록했다"면서 뿌듯함을 표했다. "프로화를 통해 선수들이 승부에 집착하게 되고, 다양한 상대, 상황에 따라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꾸고, 멀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강력한 전방압박과 함께 시속 30km로 스프린트하는 선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프로화를 통해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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