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투표에 김하성 찍은 기자가 꽤 있다… 추신수-류현진 뛰어넘는 역사가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2023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야구의 역사에 남을 만한 수준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의 아시아 내야수 역사를 다 통틀어도 김하성보다 위대한 질주를 했던 선수는 없다. 신기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김하성은 8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08경기에서 타율 0.288, 15홈런, 41타점, 6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38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15경기에서는 타율 0.442(52타수 23안타), 출루율 0.567, 장타율 0.692라는 어마어마한 질주를 이어 가며 성적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장 기간인 15경기 연속 2출루 이상 기록도 세웠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 기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페이스라면 김하성에게는 너무 멀어보였던 3할 타율이나 4할 출루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하성의 후반기 23경기 타율은 0.384, 출루율은 0.490에 이르니 이 또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으로 공인됐던 김하성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들었던 것도 그렇고, 올 시즌 OAA나 DRS와 같은 수비 지표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공격까지 뒤를 받쳐주니 김하성의 가치가 폭등하는 것은 당연하다.
각종 매체가 집계하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김하성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집계한 WAR에서 김하성은 5.6을 기록해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1위는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로 8.6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이다. 신의 영역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김하성은 인간계 1위다.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유력 후보인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가 김하성과 같은 5.6이다.
야수 WAR에서 조금 더 신뢰도가 있다고 평가받는 팬그래프 집계에서도 김하성의 가치는 활짝 빛난다. 김하성은 팬그래프의 집계에서도 4.2의 WAR을 기록해 야수 전체 10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그 많은 슈퍼스타들 속에서도 최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김하성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표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MVP 투표는 투표인단이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해 순위대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1위 표의 점수가 가장 높고, 10위 표의 점수가 가장 낮다. WAR이 선수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팬그래프 기준 내셔널리그 WAR 6위인 김하성이 중‧하위표를 받을 가능성은 언제든지 살아있는 셈이다.
실제 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취재기자 및 패널 48명이 현시점 MVP 모의투표를 진행한 결과 김하성에게 표를 준 인원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MLB.com의 이번 모의투표는 1위부터 5위까지만 진행했다. 약간 축소된 투표라고 할 수 있는데, 적어도 한 명 이상의 투표인단은 김하성의 이름을 ‘5위 내’에 넣었다는 의미다.
내셔널리그 1위는 48장의 1위 표 중 45장을 싹쓸이한 아쿠냐 주니어였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MVP 후보다. 시즌 110경기에서 타율 0.339, 25홈런, 53도루, OPS 1.003의 미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쿠냐 주니어의 만장일치 MVP 도전을 막은 선수는 LA 다저스의 베테랑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다. 올 시즌 균형 잡힌 공격 성적을 기록 중인 프리먼이 남은 3장의 1위 표를 가져갔다.
3위부터는 1위 표를 받지는 못했다. 3위는 무키 베츠(LA 다저스), 4위는 맷 올슨(애틀랜타), 5위는 후안 소토(샌디에이고)였다. MLB.com은 정확한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이들이 2~5위 표를 상당 부분 가져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어 MLB.com은 코빈 캐롤(애리조나),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김하성,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호르헤 솔레어(마이애미),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도 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김하성이 산술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1위 표를 제외한 2~5위 표를 얼마나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힌 순서로 봤을 때 전체 8위 정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김하성이 MVP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실제 3위 내에 입성할 가능성 또한 그렇게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다. 특히 만약 10위 내에 입성한다면 이것 또한 한국 야구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인 선수로는 추신수와 류현진만이 MVP 투표 순위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한국인 역대 최고 야수로 뽑히는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2010년 MVP 투표에서 14위를 기록했고, 신시내티 소속이었던 2013년에는 MVP 투표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추신수는 2010년에는 9점, 2013년에는 23점을 기록했었다.
류현진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MVP 투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라는 역사적인 대업을 이뤘던 2019년 사이영상 투표 2위, 그리고 MVP 투표에서 19위(3점)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네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2020년에는 4점을 얻어 13위에 올랐는데, 당시 아메리칸리그 투수로는 두 번째로 높았다.
즉, 아직 한국인 선수가 MVP 투표에서 ‘TOP 10’에 진입한 적은 없다. 김하성이 첫 대업에 도전하는 셈이고, 지금 페이스라면 꽤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모의투표 아메리칸리그 1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는 48장의 1위 표를 독식했다.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MVP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카일 터커(휴스턴), 아돌리스 가르시아(텍사스), 마커스 시미언(텍사스),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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