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아픈 추억 LS, ‘배·전·반’으로 다시 도전

박성우 기자 2023. 8.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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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적자 내던 음극재·동박 사업 매각
구자은 회장, 배터리·전기차 통 큰 투자

전기·전력·통신 인프라 분야 강자인 LS그룹의 ‘배·전·반’ 성장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 배·전·반은 배터리·전기차·반도체의 앞 글자를 딴 말로 지난해 1월 취임한 구자은 회장이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다. LS그룹은 2030년까지 8년간 총 20조원을 투자해 자산을 현재의 2배인 5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사내 유튜브에 출연해 LS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LS티비 캡처

LS그룹은 배·전·반 확장을 위해 최근 새만금개발청, 전북도 등과 함께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8402억원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6월 합작을 발표한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을 중심으로 연내 새만금 산업단지 5공구 33만8928㎡에 양극재 소재인 전구체 제조 공장을 착공하고 직원 1450여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생산 단가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버튼을 누르는 퍼포먼스를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명노현 LS 대표, 윤 대통령, 구자은 LS그룹 회장, 허제홍 엘앤에프 의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LS그룹은 오는 2025∼2026년 전구체 양산에 돌입한 뒤 지속적인 증산을 통해 2029년에 12만톤(t)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8년까지 1차 전구체 생산, 2차 황산메탈 생산 순으로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는 목표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구체는 엘엔에프의 양극재 생산에 사용된다.

LS그룹은 에코프로처럼 ‘원재료→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3월 LS그룹의 비철금속 계열사인 LS MnM은 충청남도 토리컴 사업장에 연간 5000t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생산능력을 3단계에 걸쳐서 늘려 2030년에는 27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니켈은 리튬을 기본으로 한 삼원계(NCM‧NCA 등) 배터리에서 많이 활용되는 광물이다.

전구체는 그간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그러나 이차전지 성장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광물법(CRMA) 등으로 국산화 필요성이 커졌다.

그래픽=정서희

LS그룹은 전기차 분야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용후배터리(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다. LS MnM은 각종 전자제품에서 광물을 뽑아내는 도시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련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원료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LS이링크(E-Link)라는 법인을 신설했다. LS이링크는 전기버스·택시·화물차 등 대형 전기차 관련 급속 충전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로젠택배와 협력해 전국 물류 거점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다. 그룹 내 계열사인 LS일렉트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적용할 수 있어, 그룹 시너지도 예상된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LS전선 제공

LS그룹은 과거에도 2차전지 사업을 했다가 접은 바 있다. LS엠트론은 2013년에 동박(銅薄) 사업에 진출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제작하는 데 필수 소재다.

하지만 2017년 이전까지 전기차 시대가 개화하지 않았고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전망은 엇갈렸다. 선도 기업으로 불린 LG화학마저 배터리 사업 적자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결국 LS엠트론은 2017년에 동박사업부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했다. 이후 KKR은 동박사업부를 2020년 초에 SK그룹에 매각했고 이 회사는 현재 SK넥실리스가 됐다.

LS엠트론은 2010년에는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포스코켐텍(현 포스코퓨처엠)에 65억원에 매각했다. 당시만 해도 음극재 사업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한 뒤 10년 넘게 투자해 이제 결실을 보고 있다.

주요 LS그룹사 /LS 홈페이지 캡처

시장에서는 LS그룹이 배·전·반을 확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LS 주가는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재 LS그룹의 지주사인 LS 산하에는 ▲LS MnM ▲LS전선 ▲LS엠트론 등 굵직한 비상장 기업이 있어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과거 그룹 내 미래혁신단장과 엠트론 회장을 맡으면서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봤고, 동박 사업의 매각을 아쉬워 했다”며 “원료부터 전구체, 양극재, 충전, 폐배터리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2차전지 기업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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