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은 옛말, 인력난에 원가-가격 전부 올라

박종원 2023. 8.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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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트남 등 '세계의 공장'으로 작동했던 제조업 허브 위기
젊은이들의 공장 기피로 인력난 심각,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원가 상승에 제품 가격도 올라...저가 공산품 시대 저물어
지난 2020년 12월 30일 베트남 흥옌성에서 촬영된 의류공장 내부.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1990년대 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아시아 신흥시장들이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현지 젊은이들이 생산직보다 서비스직이나 사무실 업무를 원하기 때문인데 임금을 올려도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과 베트남의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저렴한 옷과 공산품을 당연하게 여겼던 선진국 국민들이 더 이상 이런 가격을 누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10년 새 2배 이상 오른 인건비
WSJ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를 인용해 중국의 공장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이 2012~2021년 사이 122% 올랐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생산직 임금은 2011년 이후 지금까지 2배 이상 올라 월평균 320달러(약 42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비교하면 3배 빠르게 올랐다.

이러다보니 현지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미국 장난감 및 게임 제조사 해즈브로는 올해 발표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인력 부족 때문에 비용이 상승했다고 알렸다. 해즈브로와 동종 업체이며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미국 마텔도 역시 아시아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으로 고심하고 있다. 미 스포츠 기업 나이키도 대부분의 신발 제품을 아시아에서 만들고 있으며 지난 6월 발표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중국은 1978년부터 시장 개방을 시작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 저가의 공산품을 제공했다. 베트남 역시 1986년 개방 정책 이후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제조업 중심지로 도약했다.

WSJ는 199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가난한 농부들이 공장 노동자로 변신하면서 냉장고나 소파 같은 내구재 가격이 내려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앞으로 미국인이 저렴하게 구입하던 의류, 평면 스크린TV 등의 가격이 오른다고 내다봤다.

영국 싱크탱크 토킹헤즈매크로의 마노즈 프라단 창업자는 "미국인들은 가용 소득의 일정 부분으로 제품을 구입하는데 익숙해졌지만 이러한 토대는 재조정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문은 중국과 베트남 외 다른 신흥시장에도 공장을 세울 수 있지만 최근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와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전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생산이 안정적이나 편협한 무역 정책과 비효율적인 선적으로 인해 문제가 있다. 최근 중국의 대체 국가로 촉망받고 있는 인도는 인구가 많지만 젊은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농사나 IT 기술직, 일용직에 쏠리면서 공장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배달업체 직원이 폭염 속에 물을 마시고 있다.AP연합뉴스

늙어가는 공장 노동자
신흥시장 제조업 기업에서는 새 직원이 줄면서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2001년 발표에서 공장 노동자의 80% 이상이 아시아인이고 평균 연령이 22세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나이키의 중국 공장 노동자 평균 연령은 40세, 베트남 공장 노동자 평균 연령은 31세로 올라갔다. 나이키의 베트남 하청업체인 맥스포트는 WSJ에 직원의 약 90%가 30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이 공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WSJ는 아시아 국가의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에 비해 자녀를 적게 키우기 때문에 20대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신흥시장에서 서비스업이 부흥하면서 가게 직원이나 호텔 접수원, 차량 호출 서비스 및 배달 서비스 직원 등 공장과 거리가 먼 직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고등 교육의 기회가 넓어지면서 IT 전문직을 꿈꾸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의류 기업 '언베일러블'을 공동 설립한 폴 노리스는 WSJ를 통해 “누구나 인스타그래머,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가 되거나 커피숍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의류 공장에서 주로 일했던 20대 노동자들이 중도 퇴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인도 금속 기업 진달스테인리스의 아브유다이 진달 상무이사는 "젊은 기술직 직원을 뽑으면 대부분 사무실에서 일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공장들은 젊은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면서 작업 환경 개선에 나섰다. 대형 유리창을 설치해 공장 건물을 IT 기업처럼 꾸미고 각종 복지 혜택도 늘리는 추세다. 동시에 일부 기업들은 신흥시장을 포기하고 차라리 최종 소비지가 가까운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미 가구업체 러브색은 올해 말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로 공장을 옮겨 자동화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6일 보도에서 최근 중국의 육체노동자 임금이 오르기는 했지만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실질 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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