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책임 소재 살펴보니... "전·현 정부의 공동 실패"

나광현 2023. 8. 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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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새만금 개최지 유치 여야 공동책임
②유치 후 5년간 준비는 文 정부 책임
③폭염·위생대책 미비는 尹 정부 책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가 중인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전시장에서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실 운영을 두고 전·현 정부 책임론을 두고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야영장 철수로 당분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대회 종료 후 본격적인 책임 소재 가리기에 들어갈 경우 여야 공방은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입지 선정부터 잼버리 유치, 이후 대회 개최까지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잼버리 파행은 전·현 정부 모두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①여야, 새만금·소외지역 개발 명분으로 부지 선정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가장 첫 번째 의문은 '부지 선정'이다. 한여름인 8월에 치르는 야외 행사의 개최지가 '어떻게 그늘 하나 없는 새만금으로 낙점됐느냐'는 것이다. 이는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제23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 논의가 본격 시작된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그해 7월 새만금 잼버리 추진 의사를 밝혔고, 9월 한국스카우트연맹이 국내 후보지로 확정했다. 전북도의 새만금 잼버리 국제행사 개최 계획서는 여가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이듬해 7월 25일 기재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를 통과하며 유치 활동이 본격 시작됐다. 당시 여·야·민·관이 한마음 한뜻이었던 셈이다.

전북도는 2018년 잼버리 유치활동 결과 보고서에 밝혔듯, 잼버리 유치가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정부도 국제행사 개최로 인한 국격 향상과 소외 지역인 호남 개발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 사업으로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


②유치 후 인프라 구축 부실은 문 정부 몫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17일,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새만금을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결정했다. 사업 준비는 첫 단계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잼버리에 대한 정부 지원과 사업 추진을 총괄할 조직위원회 기능을 규정하는 '잼버리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성가족부, 전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이견을 보인 탓이다. 법안에 들어갈 대회 명칭과 조직위원장 선정 기준 등을 두고 충돌하면서 특별법은 2018년 11월에야 국회 문턱을 넘어 그해 12월 공포됐다.

조직위는 유치 후 3년 만인 2020년 7월에 구성되는데, 공동조직위원장에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과 김윤덕 민주당 의원, 집행위원장엔 송 전북도지사가 선임됐다. 이들은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22년 5월까지 약 2년간 특별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계잼버리 종합계획 수립 △관련시설 설치·관리 등 사업 기반 및 인프라 구축을 총괄했다.

그러나 이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프레잼버리(사전행사) 취소다. 프레잼버리는 당초 2021년으로 계획됐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로 연기된 후 결국 취소됐다.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를 들었지만, 지난해 8월까지도 새만금 야영지가 기반시설 부족과 배수 불량으로 물바다가 되는 일이 잦아 프레잼버리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없었다.


③폭염·위생 대책 소홀은 윤 정부 몫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작년 프레잼버리가 취소된 만큼, 1년간 준비 부족을 만회할 시간은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의 폭염 및 배수 대책 마련을 지적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동조직위원장직을 맡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그해 8월 프레잼버리가 취소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준비 상황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왔지만 "대책을 다 세워놨다"는 호언장담만 반복했다.

올해 2월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임명돼 윤석열 정부의 3명의 장관이 최종 책임자로 선임됐지만, 누구도 파행이 불거지기 전까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준비 과정에서 내내 우려됐던 폭염·위생문제 등이 터지자, 정부·여당은 그제야 부랴부랴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을 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108억 원의 예산이 긴급 투입되자 열악했던 현장 환경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빠른 수습을 강조한 말이었지만, 역설적으로 현 정부가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웠다면 정치권이 전·현 정부 책임론으로 정쟁을 벌이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8월 임시국회 본격 책임공방 전망

그러나 여야는 본격적인 책임 공방을 벌일 태세다. 오는 16일 행정안전위원회, 22일 여성가족위원회 현안질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서도 대회 마무리 후 문책에 나설 분위기라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1,000억 원 이상 예산 투입에도 이같이 허술하고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난 이유는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구체적인 건 대회 마무리 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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