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육아 기간도 경력에 들어가죠" 경단녀 없는 스타트업 만든 이은주 씨엠아이파트너스 대표
전체 직원의 절반이 여성, 엄마 직원 위해 다양한 육아 복지 도입
서울 회현동 AK타워에 위치한 육아용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씨엠아이파트너스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눈앞에 소인국이 펼쳐졌다. 회사 로비에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춘 장난감 같은 싱크대와 마트 놀이용 계산대, 종이로 만든 작은 집,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은 복도에 아이를 태우고 달릴 수 있도록 미니 기차용 선로를 설치하고 있다. 마침 창업자인 이은주(39)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한 날이 직원들이 자녀를 데려와 함께 노는 패밀리 데이여서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아이들을 위한 이 업체의 배려는 일회성이 아니다. 사무실 한편에 부모들이 함께 출근한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원이 있고, 야외 테라스에 연결된 공간에 놀이방도 있다. 이토록 아이들에게 진심인 이유를 이 대표에게 물었다. "아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일터를 만들어야 부모가 열심히 일할 수 있고 회사도 성장하니까요."
하루 근무량을 직원이 조절…육아와 일 병행하는 회사
전체 직원 80명 가운데 여성이 절반인 이 업체는 이 대표의 독특한 원칙 덕분에 엄마 직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경력 단절녀가 없다.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기간도 경력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면 공부하며 키우니 육아 자체가 곧 경력이죠. 그래서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도 경력에 포함시켜서 경력 단절녀가 없어요."
회사의 존재 목적도 매출이 아니다.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이 회사의 존재 목적은 아니죠. 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를 기르며 일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잘 알려져 다른 회사에도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근무 방식도 육아하기 좋도록 유연근무제를 택했다. "2주 단위로 하루 근무량을 직원이 팀과 조율해 정해요. 주 40시간만 근무하면 되죠. 등교 시간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올 수 있도록 출근 시간도 오전 8~11시 사이에 조정 가능하고 재택근무도 자유롭게 해요. 어떤 근무 방식이든 궁극적 목적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죠."
그래서 금요일 오후는 사무실에 빈자리가 많다. "다른 요일에 길게 근무하고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요. "자율성을 강조하는 만큼 직원을 뽑을 때 적극적인 업무 추진력과 전문성을 봐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 대표는 인터뷰 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도전과제가 무엇인지 묻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스스로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요. 따라서 질문을 던지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술술 나오죠."
반려동물도 데리고 출근
당연히 육아 복지도 잘돼 있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째깍악어와 협업해 회사에 긴급 보육 시설 형태로 보육원을 운영해요. 째깍악어에서 파견한 돌봄 교사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직원들이 맡긴 아이를 돌보죠. 다만 아이들 연령대가 다양하고 직원들 사는 곳이 제각각이어서 매일 아이를 맡기는 것은 아니고 방학 때나 아이가 혼자 있는 상황일 때 주로 데리고 출근해요."
사내 보육원은 이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과거 제일모직에 근무할 때 사내 보육원이 없었어요. 매일 오후 4, 5시가 되면 엄마 직원들은 화장실로 달려가 아이를 데려올 사람을 구하기 위한 전화를 하느라 바빠요. 그 모습을 보고 아이가 생기면 과연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아기를 낳고도 일 좋아하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데리고 출근할 수 있다. "저도 입양한 유기견을 데리고 출근할 때가 많아요."
MBA 마치고 매장에서 일하며 패션 사업 배워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미국 유학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보스턴컨설팅에서 5년간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같은 대학원 출신들이 워낙 창업을 많이 했어요. 이를 보면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때 불어닥친 K팝 열풍이 패션 사업에 눈을 뜨게 했다. "K팝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아이돌 패션에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그래서 우리의 패션 사업을 눈여겨봤죠."
그는 패션 사업을 제대로 알기 위해 대학원 졸업 후 제일모직으로 이직했다. 이직 이유는 매장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패션 사업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매장에서 일하기를 원했어요. 그런데 다른 업체들은 매장 직원들이 주로 20대 초반이어서 불편해한다며 거절했죠. 마침 제일모직은 매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서 옮겼죠."
매장에서 제품 진열과 운영 방법 등을 배운 그는 나중에 중국 상하이법인으로 옮겨 브랜드 전략을 맡게 됐다. 그렇게 제일모직에서 2년 일한 뒤 아동복 사업을 결심하고 2015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국내에 성인복 사업을 하는 업체가 워낙 많아 아동복 사업을 하기로 했죠. '리틀 클로젯'이라는 아동복 상표를 만들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판매했어요. 중국이 한국 아동복에 관심이 많아 잘됐는데 혐한 분위기가 일면서 타격을 받았어요. 결국 중국 사업을 접으면서 아동복 브랜드를 코오롱FnC에 매각하고, 육아용품 전문 쇼핑몰을 2020년 시작했죠."
AI가 제품 추천하는 육아전문 쇼핑몰 무무즈 개설
현재 주력 사업은 틈새시장을 노린 육아용품 전문 쇼핑몰 '무무즈'다. 이곳에 1,300개 업체가 입점해 육아용품을 팔고 있다. "육아용품 전문몰은 육아용품 전체 시장의 10%에 불과해요. 대부분의 부모는 오프라인에서 육아용품을 구매하죠. 따라서 온라인 육아용품 전문몰을 틈새시장으로 봤어요."
무무즈가 겨냥한 것은 0~10세 자녀를 둔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부모다. "밀레니얼 세대는 물건 하나를 사도 취향에 맞고 만족도 높은 상품을 사요. 품질과 가격을 따져 합리적 소비를 하죠."
따라서 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상품 추천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30명으로 구성된 개발팀이 있다. "AI의 제품 추천 기능을 직접 개발해요. 각 상품의 속성과 이용자 취향, 검색 데이터 등을 AI가 자동 추출해 분석해서 제품을 추천하죠."
맘카페처럼 육아 콘텐츠 함께 제공
단순 판매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육아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무무즈의 특징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맘카페 성격이 결합됐어요. 육아 정보를 모아 놓은 '무무즈 대백과', 성능 검사까지 하는 '실험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죠. 에디터 출신 엄마들이 제품 성분부터 각종 시험까지 직접 해본 결과를 솔직하게 올려요."
이를 위해 아예 콘텐츠팀을 두고 있다. "7명 이상으로 구성된 콘텐츠팀은 정보 콘텐츠를 매달 20개 이상 만들어요. 제품 판매와 상관없이 육아에 도움 될 정보를 제공하죠."
정보 제공 차원에서 실시간 인터넷 쇼핑 방송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매장 방문이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신상품 정보를 제공하려고 시작했죠. 사내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제가 직접 진행했어요. 제품 사용법과 관련 이야기 등을 소개했죠. 지금도 전문가들이 출연해 주 3, 4회 방송합니다."
자체 상표 상품도 개발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최대한 많은 상품을 최저가로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최저가를 맞추는 것은 상업의 기본이죠. 모든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할 순 없지만 5~15% 할인해 주는 회원 쿠폰 등을 이용해 되도록 최저가 판매가 가능하도록 노력해요."
덕분에 월 65만 명의 이용자가 무무즈를 찾는다. "누적 주문이 120만 건을 넘어서며 누적 거래액도 1,700억 원을 넘었어요. 6개월 내 재구매율이 80% 이상입니다."
이에 힘입어 2021년부터 '무무즈 에센셜''이라는 상표로 자체 상품도 만들어 판매한다. "아이를 키우면 기본으로 필요한 속옷, 셔츠 등을 만들어요. 부드럽고 세탁 내구성이 좋은 수피마 코튼 등 좋은 소재를 사용해 합리적 가격에 팔아 부모들 반응이 좋아요."
아동복 해외 수출 겨냥
지난해 매출은 90억 원이다. 올해 목표는 손익 분기점에 도달해 흑자를 내는 것이다. "안정적 수익 창출이 올해 목표죠. 전년 대비 몇 배 성장 등의 수치를 강조하지 않아요. 쇼핑몰 특성상 변화가 크기 때문이죠."
투자는 캡스톤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스마트스터디벤처투자 등에서 누적으로 292억 원을 받았다. "내년 초 해외 사업을 위해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유아용품의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복이 해외에서 경쟁력 있어요. 소재가 좋고 디자인이 예뻐 성인복보다 더 인기죠."
그가 겨냥하는 해외 시장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다. "입점업체 가운데 10개를 추려 일본에서 시범 삼아 판매했는데 시장 반응이 좋아요. 내년에 정식으로 일본 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현지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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