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더 키우는 ‘카눈’… 내일 오전 통영 상륙
윤석열 대통령은 “호우 피해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태풍 소식이 있어 국민의 근심이 큰 만큼 정부가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 피해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지역에 대한 선제적 통제 조치와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신속한 대피”라고 강조했다.
‘카눈’은 10일 경남 통영 일대에 상륙할 때 중심 최고 풍속이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인 ‘강’으로 예상된다. 세력이 지난해 영남권을 휩쓴 태풍 ‘힌남노’를 떠올리게 한다. ‘카눈’이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 중심 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 중심 최고 초속은 35m로 예상됐다. ‘힌남노’는 중심 기압 955hPa, 최고 초속 55m였다. 중심 기압이 낮을수록 강한 태풍이다.
문제는 ‘카눈’이 북상할 때 한반도 기상 여건이 ‘힌남노’ 때보다 태풍 발달에는 좋다는 점이다. 남해안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2도가량 높은 섭씨 29도를 기록 중이다. 태풍의 ‘연료’인 수증기 공급이 활발한 상황이다. 내륙에 상륙하기 직전 몸집을 키울 수도 있다.
예상 경로를 감안할 때 태풍 피해는 ‘힌남노’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힌남노’는 거제도에 상륙한 뒤 포항 등 영남권을 강타하고 동해안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반면 ‘카눈’은 우리나라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한반도 전역을 느리게 휩쓸며 북상하겠다. 2000년대 이후 발생한 태풍 총 78건 중 휴전선을 넘어 남북한을 통째로 관통하는 태풍은 ‘카눈’이 처음이다. 이런 태풍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피해 규모도 예상하기 어렵다.
‘카눈’의 예상 경로는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엔 동해안 일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한반도 동쪽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는 전국이 ‘강풍 반경’에 들었다. 현재 경로상 태풍의 중심이 서울 바로 옆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조금만 더 확장하면 태풍의 중심이 서울을 관통할 가능성도 있다. 8일 오전 일본 도쿄 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7호 태풍 ‘란’이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세에 영향을 줄 경우 경로는 더 틀어질 수도 있다.
‘카눈’의 영향으로 전국적인 폭우와 강풍이 예상된다. 8일 오전 내륙 전체와 해상 대부분에 태풍 예비특보가 발령됐다. 태풍 예비특보는 9일 오후 제주, 9일 밤 전남· 경남 남해안, 10일 새벽 남부 지방 전역과 충청 남부, 10일 오전 충청권 전역과 경기·강원 남부, 10일 오후 수도권 전역과 강원권 순서로 태풍 특보로 전환되겠다.
9~11일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200~600㎜, 강원 영서 80~150㎜, 수도권 80~150㎜, 충청권 80~200㎜, 광주·호남 100~300㎜,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100~400㎜, 제주 100~400㎜다. 강원 영동은 시간당 60~80㎜의 집중호우가 퍼붓겠다. 지역에 따라 시간당 100㎜ 이상 물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 다른 지역은 시간당 30㎜ 안팎으로 비가 내리겠다.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다. 기상청은 “’카눈’ 영향으로 유입된 고온 다습한 공기에 지형 영향까지 겹친 지역에서는 구름대가 들어오기 전부터 비가 내릴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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