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조선일보 2023. 8. 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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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모씨가 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최씨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1~2층에서 흉기 2자루를 들고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로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신림역 일대 흉기 난동 사건, 경기 분당 서현역 인근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들은 모두 정신 질환을 앓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중단한 이력이 있다. 대전에서 고교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도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정부는 2019년 경남 진주에서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부상케 한 안인득 사건 후 중증 정신 질환자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중증 정신 질환자들을 강제 입원시켜서라도 제때 치료를 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 의무자에 의한 ‘보호 입원’, 지자체장이 신청하는 ‘행정 입원’ 등 제도를 두고 있지만 환자 인권을 중시한 나머지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 여기에 환자와 가족의 갈등 우려, 소송 우려 등으로 이 법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대안으로 의료계 등이 제안한 것이 사법입원제다. 판사가 재판을 하듯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한 입원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의료진 등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미국 대부분 주(州)와 프랑스·독일 등이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해 이 제도를 도입했고 영국·호주 등은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 심판원’이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인신 구속에 해당하는 문제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재심 절차를 마련하고 환자 입장을 대변하는 보조인을 두면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증 정신 질환자들이 제때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본인과 주변, 사회 전체에 위험이 된다. 강제 입원을 통해서라도 잘 치료해 다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인권을 더 보장하는 방법일 수 있다. 사법입원제를 도입할 경우 법원의 업무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사전 조정 등을 통해 실제 재판 건수를 줄여서라도 우선 시행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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