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추월한 OTT… 규제는 사실상 ‘제로’
폭력·선정적 영상 무분별 배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사상 최초로 유료 방송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유료 방송은 유선 케이블 등을 TV와 연결해 각종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로,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해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서는 사실상 공영방송의 역할을 해왔다. 반면 인터넷에 접속해 영상을 보는 OTT는 2000년대 중반쯤 시작한 서비스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20년이 채 안 된 OTT가 90여 년 역사의 유료 방송을 넘어선 것을 두고, 전 세계 미디어 업계에 케이블TV 등 전통 미디어를 해지하고 OTT로 넘어가는 ‘코드 커팅(Cord-Cutting)’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글로벌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SVOD(구독형 비디오) 가입자 수는 지난해 15억명을 돌파해 처음 유료 방송 가입자(약 14억명)를 넘어섰다. OTT는 넷플릭스 등 SVOD는 물론 유튜브와 같은 AVOD(광고형 비디오)도 포함돼, 실제 OTT 이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인터넷 기반의 OTT 강세에 대해, 각종 방송법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OTT가 과도하게 선정적, 폭력적인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데도 규제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공재 성격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과 달리 인터넷 기반의 OTT에 대해 규제가 적은 게 현실이다.
한편 OTT의 유료 방송 추월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데이터는 SVO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30억달러에서 2027년 1550억달러로 1.5배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료 방송은 이탈자가 늘면서 시장 규모가 2180억달러에서 194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 방송 업계 관계자는 “SVOD를 대표하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가입자 수 감소, 광고 매출 감소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유료 방송 업계가 반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OTT와 유료 방송은 지난 5년간 큰 폭의 성장 차이를 보였다. 글로벌데이터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SVOD 가입자 수는 연평균 30% 증가한 가운데, 유료 방송 가입자 수는 4%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OTT가 방송 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서고 있자 해외에서는 본격적인 견제가 시도되고 있다. 데드라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덴마크 정당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화기부법’에 합의해, 연내에 발의할 방침이다. 이 법은 OTT가 자국에서 낸 수익의 2%(기본세 기준)를 세금으로 걷어, 이를 덴마크영화연구소 등 공공기관에 지원해 자국 내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사실상 OTT 업체들로부터 돈을 걷어 자국 방송·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도 현재 OTT의 수익 일부를 우리나라의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같은 공공 기금으로 편입하고, 자국 내 콘텐츠 투자를 의무화하는 ‘온라인 스트리밍법’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해당 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것으로, 유료 방송과 달리 공적 의무가 없는 OTT한테 돈을 걷어 공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방송 매출의 1.5%를 방발기금으로 납부하는 IPTV(인터넷TV)·케이블TV 등 국내 유료 방송 업계에서도 “OTT와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OTT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돼, 방송법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유료 방송 업계 관계자는 “OTT한테 밀리고 있는 국내 유료 방송은 지난해 가입자 증가율이 처음 0%대에 진입했다”며 “규모가 커진 만큼 OTT에도 공적 기여 의무를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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