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프사 훔쳐보지 마세요”… 카카오, 사생활 보호 기능 내년 공개
프라이버시 공개 범위 설정할 수 있게
메신저 이용방식 대대적 개선 나서
카톡 본질인 ‘소통’에 다시 집중 방침
카카오가 사람으로 치면 중1 학생이 돼 사춘기에 접어든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뒤 프로필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지나치게 많은 대화·알림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황선아 카카오 카카오톡부문 실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카카오톡 이용자가 프로필 사진 등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용 시점은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톡 계정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연동돼 있다. 스마트폰에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친구로 추가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그래서 전화번호만 알면 특정 이용자가 올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이름, 상태 문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상대방이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카카오톡 친구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선 이용자 스스로 사생활 노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차단이나 멀티 프로필 기능을 통해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려고 해도 우선 상대방의 휴대전화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아내 친구로 등록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실장은 “카카오톡에서 누구나 쉽게 프로필 정보를 볼 수 있는 만큼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이용자가 많다”며 “(공개 범위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는 이용자가 전체 공개할 정보와 요청이나 승낙에 따라 맺는 친구(팔로어)에게 보여줄 내용을 직접 구분해 설정할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카카오톡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올해 5월 ‘카톡이지’라는 기능 개선 프로젝트 명칭을 발표하며 가장 먼저 공개한 기능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알림 문구 없이 나올 수 있는 ‘조용히 나가기’였다. 이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웹페이지와 앱을 통해 보낸 기능 개선 관련 의견 2000여 개를 검토한 뒤 내린 결정이다. 카카오는 일반 이용자에게 바뀐 기능을 공개하기 전 카카오 직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반응을 확인하고 추가 개선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카카오톡 시범 서비스를 모아 제공하는 ‘실험실’ 메뉴에 이 기능이 올라오자 3주 만에 이용자 200만 명이 조용히 나가기를 활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시범 서비스를 거쳐 2일 정식 기능으로 적용됐다.
카카오는 최근 이용자가 활동하지 않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숨겨 놓고 보관한 뒤 알림을 받지 않는‘ 조용한 채팅방’ 기능도 실험실 메뉴에 도입했다. 이용자가 이렇게 숨겨둔 대화방에선 알림이 울리지 않고 앱 아이콘에도 읽지 않은 메시지 수를 나타내는 숫자 배지가 뜨지 않는다. 카카오톡을 쓰는 이용자의 ‘알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카카오가 이처럼 이용자의 메신저 이용 방식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카카오톡의 본질인 ‘소통’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1위에 오른 뒤 한동안 송금·결제, 선물하기, 콘텐츠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카카오톡을 발전시켰다.
지난해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장기간 마비된 사건 이후 카카오 임직원들 사이에선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먹통’ 기간에 이용자들이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거나 “오히려 편했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5월 카톡이지 프로젝트 추진을 알리며 “카카오톡을 통한 대화의 양과 관계의 다양성이 늘어나면서 이용자의 불편과 부담감도 커지고 있는 만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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