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기술과 농산물 유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영농 정착 토털 솔루션 제공하는 ‘그린’
창업 후 누적 투자액 35억 원,
지난해 매출 45억 원 달성
그린은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 보급하는 회사다. 특허권이 있는 타워형 수직재배 시설 외에 발광다이오드(LED) 자동 거리조절 장치,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솔루션, 자동 방제 로봇 서비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 등도 개발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무리 공들여 지은 농사도 유통 채널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린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스마트팜의 각종 인프라를 제공할 뿐 아니라 판로까지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통망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린이 직접 수매해 판매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권 대표는 이를 ‘토털 솔루션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기술보다 영농 정착을 위한 완성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산물 유통업체와 가공식품 업체들은 우수 품질 농산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원합니다. 반면 청년농, 중소 농가는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고 소량이어서 유통업체들에 좋은 가격을 받고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그린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팜을 설치한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여 음식 가공업체 등에 납품합니다.”
“스마트팜 솔루션으로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작물들을 곳곳에서 매입해 종류를 늘리니 판매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농가의 수확량을 예측할 수 있고, 전체 생산량의 공유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도·소매 유통단계를 생략해 가격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린의 비즈니스는 제품과 서비스 판매라기보다 공동영농 모델에 가깝다.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한 뼘의 농지도 없이 농사에 뛰어든 권 대표는 “청년 농업인과 중소 농가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은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지만 농부와 함께 웃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웃음이라는 콘셉트는 회사 이름에도 반영돼 있다. 농업법인 그린은 ‘웃다’라는 의미의 ‘grin’과 ‘환경’을 뜻하는 ‘green’이 합쳐진 신조어 ‘griin’이다.
권 대표는 환경친화적 농업에 종사하고 싶어서 2016년 30세의 나이에 그린을 창업했다. 요즘 20대 초반에 뛰어드는 청년 농부들에 비하면 늦은 셈이다. 처음에는 임대농으로 잎채소를 키웠다. 회전식, 고정식, 이동식, 다단베드 등 다양한 재배 방식을 시험해봤지만 설비 구입, 유지 보수에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에 생산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스마트팜 시설을 직접 개발한 것이다.
“요즘 스마트팜이 대형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좁은 공간의 스마트팜도 필요합니다. 각 농업인의 사업 규모 및 예산에 맞춰 평당 10만 원대 설비에서부터 평당 300만 원대의 예산이 들어가는 식물공장 수준의 스마트팜까지 다양하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권 대표는 “창업 초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준비한 초기자금은 기술 개발을 하면서 금방 소진됐고 인력은 부족했다. 경영자로서 얼마나 금융과 기업 운영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창업했는지 매일 느꼈다.
이럴 때 그린의 미래를 보고 투자자들이 손길을 뻗쳤다. 지금까지 기관 및 개인으로부터 유치한 투자액은 누적 35억여 원에 이른다. 하이트진로, MYSC, 코맥스 벤처러스, 더인벤션랩 등이 투자했다. 첫 기관투자가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는 신한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스퀘어브릿지서울’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에 침여해 그린을 협업 우수팀으로 선정한 후 지분투자 계약을 마쳤다. 그린은 2022년 중소농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인 매출액 45억여 원을 달성했다.
회사 경영 방식도 신세대적이다. 정규직원 25명은 직함 대신 ‘파트너’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대화할 때는 존댓말을 쓴다. 강압적 언행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권 대표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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