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50] 고창 풍천장어구이
전북 고창에는 명매기골에서 발원하여 방등산, 벽오봉, 문수산, 구황봉, 고산, 삼태봉, 선운산, 소요산, 화시산 등을 지나 고창갯벌로 흘러드는 인천강이 있다. 이 강은 갯벌과 만나는 강 하구에서 선운도량을 굽이쳐 흐르는 도솔계곡과 만나 곰소만으로 흘러든다. 그 덕에 곰소만에는 바지락, 동죽, 백합, 김 등이 서식하고 잘 자란다. 곰소만의 고창갯벌은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중 한 곳으로 등재된 곳이다. 고창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을 품은 도시다. 곰소만을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가는 많은 도요새가 찾듯이, 인천강 하구갯벌은 태평양에서 부화한 어린 뱀장어(실뱀장어)가 수천㎞를 헤엄쳐 찾아온다. 실뱀장어는 인천강뿐 아니라 영산강, 동진강, 만경강, 금강, 한강 등 큰 강으로 올라와 성어로 자란다. 이렇게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자라기에 ‘풍천장어’라 불렀다.
오랫동안 고창문화원장을 지낸 이기화 선생은 풍천을 고창에 있는 도솔계곡으로 특정했다. 그는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서출동류(西出東流)하는 역출수(逆出水)의 도솔계곡 서녘에서 발원하여 동쪽 끝의 일문성(一門城)을 북쪽으로 휘감아 흐르는 냇물이 풍천(風川)이다’라고 했다. 사전적인 의미로 풍천은 낮에는 해풍이 밤에는 육풍이 서로 교차하는 곳이다. 해양학에서 말하는 기수역이다. 모천회귀의 본능이 강한 뱀장어의 치어들이 찾아와 성어로 자라는 서식처이다. 하지만 강 하구에 큰 댐이 만들어지면서 강과 하천에서 성어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대신에 강 하구로 찾아온 어린 뱀장어를 포획해 양만장에서 1년 정도 키워서 식탁에 올린다.
고창에는 뱀장어를 양식하는 양만장이 70여 곳에 이른다. 전국에 공급하는 뱀장어의 30% 정도를 이곳 고창에서 생산하고 있다. 판소리를 채집해 정리한 고창 출신 신재효의 기록에도 용왕의 폐결핵 치료법으로 풍천장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말복에 장어로 기력을 회복하고 가을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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