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26] 범죄가 활개 치는 이유

김규나 소설가 2023. 8.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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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단순함을 강조했어. 단순함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으라고 했지. 범인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원칙은 뭘까? 그는 왜 사람을 죽일까?” “분노, 사회적 소외, 성적 좌절감 때문에….” “아니야.” “그럼 뭔데요?” “탐욕이야. 그것이 그의 본성이야. 우린 어떤 식으로 탐욕을 품게 될까, 클라리스? 맞아. 우리는 매일 보는 무언가를 탐하게 되는 거야. 당신도 다른 무언가를 향해 늘 눈을 이리저리 굴리지 않아?” - 토머스 해리스 ‘양들의 침묵’ 중에서

신림동에서 네 명을 칼로 찌른 피의자는 ‘열등감이 든다, 살기 싫다, 다른 사람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분당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용의자는 ‘누군가가 나를 청부살인하려 한다’고 했다. 제주 관광객 가격범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고, 대전 고등학교 교사 피습범은 조현병 환자다. 인터넷에는 살인을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10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무죄추정의 기본원칙은 범죄자들이 법을 얕잡아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정신질환자들조차 그들이 원할 경우,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고 법으로 못 박았다. 무고할까 봐 풀어준 범죄자 100명의 자유와 정신질환자들이 누리는 인권의 대가는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다.

1988년에 출간된 ‘양들의 침묵’은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정신과 의사였던 한니발 렉터는 범인을 잡게 도와달라며 감옥으로 찾아온 수사관에게 조언하는 뛰어난 지력의 소유자다. 그는 수감 중에도 의학잡지에 글을 기고해서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무례한 사람만 죽인다며 신사적 면모도 과시하지만 ‘취미로 살인에 맛을 들인’ 살인마일 뿐이다.

인간의 마음엔 악마와 천사가 함께 산다. 착한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악마는 천사를 죽이고 뛰쳐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소설과 드라마, 영화는 분노와 복수, 범죄조차 권리라고 가르친다. 범인보다 무능한 경찰, 죄보다 가벼운 처벌, 심신미약으로 감형, 정당방위는 폭력이라는 판결이 뉴스를 도배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전과자라는 사실도 최근에 발표되었다. 묻지 마 범죄의 증가와 범법자에게 관대한 법, 모든 현상과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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