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LK-99’ 검증 열풍

강필희 기자 2023. 8.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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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 표지에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실렸다.

국내 벤처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난달 22일 '아카이브'라는 사전공개 사이트에 발표한 초전도성 신물질 'LK-99' 관련 논문 2편이 대상이다.

그런데 'LK-99'는 상온과 상압에서 초전도성을 띤다는 게 요지다.

그러면서 자석 위에 공중 부양하는 'LK-99' 사진까지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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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 표지에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실렸다. 사람의 체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복제, 난치병 치료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과학계는 흥분했다. 그러나 7개월 뒤 국내 젊은 과학도들의 온라인 소통창구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알고 보니 황우석 줄기세포는 없었다. 대중과 언론은 속았지만 전문가의 매서운 눈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과학이든 인문과학이든 연구자들이 논문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부분이 연구방법이다.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해 이런 결론을 얻었는지 밝히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설문조사를 한다면 설문지와 설문대상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문헌연구라면 어떤 자료를 무슨 근거로 뽑아 누가 어떻게 코딩했는지, 실험은 어떤 방식으로 환경을 조치했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같은 방법에 다른 결과가 도출되면 그 연구는 실수 혹은 조작이 된다.

요즘 세계 과학계가 한 논문의 진위를 검증하느라 난리다. 국내 벤처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난달 22일 ‘아카이브’라는 사전공개 사이트에 발표한 초전도성 신물질 ‘LK-99’ 관련 논문 2편이 대상이다. 통상 초전도체는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전기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LK-99’는 상온과 상압에서 초전도성을 띤다는 게 요지다. 그러면서 자석 위에 공중 부양하는 ‘LK-99’ 사진까지 실었다. 사실이면 인공태양, 양자컴퓨터 상용화 등 꿈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미국 중국 대만 인도 등 각국에서 내로라 하는 연구자들이 확인에 들어갔다. 국내에선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이 나섰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결론은 이달 말께 나온다.

퀀텀 연구팀은 저작권 우려 때문에 공식 저널이 아닌 사전공개 사이트에 ‘LK-99’ 제조법을 먼저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깃발 꽂기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 성과 가로채기 등 피해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퀀텀 측은 저널 게재 절차를 밟고 있으며, ‘LK-99’의 재현성과 순도를 높이기 위해 샘플을 다시 만들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 논문은 그동안 여러 편 있었으나 결국 모두 철회됐다. ‘LK-99’가 또 한번의 시행착오로 판명나더라도 퀀텀팀의 노력이 폄하될 이유는 없다. 과학자들이 겪은 수만, 수십만 번의 실패와 좌절이 세상의 진보를 이끌어왔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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