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주담대’ 폭풍 성장… 대구銀도 제쳤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들이 낮은 금리를 내세워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업계 1위 카카오뱅크(카뱅)의 주담대 규모는 이미 Sh수협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을 제쳤고, 주담대로 벌어들이는 이자 이익 덕분에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터넷 은행의 설립 목적 중 하나인 ‘중·저 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카뱅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고는 약 1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은행 19곳 중에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구은행(13조7000억원·9위), 부산은행(13조1000억원·10위), 수협(13조원·11위)을 모두 제친 것이다. 카뱅의 전체 주담대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이 11조5000억원으로 80%를 넘었고, 나머지 주택 구입 등 목적의 일반 주담대는 약 2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카뱅, 주담대 규모 수협 제쳐
카뱅은 지난 2018년 인터넷 은행 업계 최초로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내놓은 이후, 5년 새 주담대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3년 전인 2020년 3월 말엔 약 3조원(15위)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작년 말엔 13조원(9위)을 돌파했고, 올 들어 또다시 순위를 한 계단 올린 것이다. 후발 주자인 케이뱅크도 지난 3월 주담대 잔고가 약 2조8000억원(14위)으로 씨티은행(2조7000억원)이나 전북은행(2조2000억원)을 제쳤다.
인터넷 은행이 주담대 규모를 급격히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고금리 상황에서 일반 은행보다 금리를 최대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뱅은 지난달 분할 상환 주담대(신용 등급 951점 이상) 이자율이 연 4.02%로 전국 19개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고, 그다음이 케이뱅크(4.09%)였다. 다른 은행들은 연 4.12~4.91% 수준이었다. 비대면으로만 영업하는 인터넷 은행 특성상, 인건비나 점포 유지비를 아껴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의 ‘폭풍 성장’ 덕분에 인터넷 은행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카뱅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183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무려 48.5% 증가했다. 특히 이자로 벌어들인 매출인 이자 수익은 올 2분기(4~6월)에만 49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 늘었다. 은행권에선 카뱅의 수익성 개선은 상당 부분 주담대 확대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아직 2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역시 주담대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뱅 3사 모두 취약 계층 대출 목표 미달
인터넷 은행들이 주담대 상품이라는 과실(果實)은 따 먹으면서도, 정작 업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금융 취약 계층 대출’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설정한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목표치를 인터넷 은행 3사가 모두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이란 전체 신용대출금 가운데 신용 평점 하위 50% 고객에 대한 대출금 비율을 말한다. 인터넷 은행 출범의 주요 목표가 취약 계층 대출 확대였던 만큼, 당국이 연도별로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인터넷 은행 3사의 목표 비율은 카뱅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인데,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각각 26%·24%·42%를 기록해 2~8%포인트 정도 밑돌고 있다. 카뱅은 최근 2분기까지 이 비율을 27.7%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지만, 하반기에 더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다. 작년엔 카뱅과 케이뱅크가 목표치를 0.1~0.4%포인트 넘겨 ‘턱걸이 달성’했고 토스뱅크는 목표치에 미달했다.
특히 케이뱅크는 2분기에 주요 3사 중 유일하게 민간 중금리 대출을 축소했다. 카뱅과 토스뱅크는 2분기에 중금리 대출을 전 분기 대비 각각 56%, 46% 늘렸는데, 케이뱅크만 24% 줄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연체율 관리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신용 점수 650점 이하의 중·저 신용자 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여파라고 보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로 연체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저신용 고객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게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터넷 은행의 출범 목적에 대한 근본적 인식 없이, 오로지 수익성이나 재정 건전성만 고려해서 취약 계층 대출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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