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소 “초전도체 아니다” 한마디에… 테마주 ‘와장창’

김효인 기자 2023. 8.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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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가 행진하다 줄줄이 급락

테마주 열풍에 편승해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며 과열됐던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8일 미국발(發) 부정 평가에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초전도체 관련 종목으로 분류된 덕성과 서남은 하한가에 마감했고, 모비스(-25.6%), 서원(-24%), 국일신동(-19.1%), 고려제강(-15.7%), 원익피앤이(-16.5%), 파워로직스(-14.5%), 신성델타테크(-6.5%) 등도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7일 덕성·신성델타테크·파워로직스·국일신동이 상한가였고, 모비스(20%)·서남(14.9%)·고려제강(11.8%)·원익피앤이(10.5%)도 모두 두 자릿수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주가 급등락 폭이 매우 컸다.

그래픽=김성규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응집 물리 이론 센터(CMTC)는 8일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슬프게도 우리는 이제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며 “LK-99는 상온 초전도체는 물론 (일반적인) 초전도체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CMTC는 인도 국립물리학연구소(NPL), 중국의 국제양자물질센터(ICQM), 싱가포르 난양공대 등이 LK-99에 대해 내놓은 논문을 언급하며 “신뢰성 있는 기관의 3개 논문에서 모두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을 뜻하는데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 연구진 대부분 부정 평가, 퀀텀 “성과 공개할 것”

CMTC는 또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LK-99가 보인 반(反)자성 현상에 대해서도 “흥미롭지 않다”고 밝혔다. LK-99가 구리, 납, 인 등 반자성을 지닌 물질을 합성해 만든 물질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CMTC는 “(LK-99는) 저항성이 높은 저품질(low quality) 물질”이라고 했다. 다만 CMTC는 자체적으로 LK-99를 만들거나 실험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다른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내용만 언급했다.

지난달 22일 인터넷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관련 논문이 발표된 뒤 전 세계 연구진들은 잇따라 재현 및 검증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연구진이 초전도체의 특성을 확인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인 내용이다.

이에 대해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제작 방법은 공개했지만 노하우가 따로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제출된 상태”라며 “심사가 끝나면 연구 성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초전도저온학회도 검증위원회를 꾸려 샘플 재현을 시도하고 있다. 검증에는 2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 물리학계 관계자는 “상온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보유한 LK-99 샘플을 실제로 시험하기 전까지는 확신하기 힘들다”면서 “아직까지 검증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초전도체 테마주, 코인 버금가는 급등락

상온 초전도체 관련 종목은 그 실체를 놓고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다음 날인 지난 4일 일제히 폭락했던 초전도체 관련 종목은 다음 거래일인 7일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문 공동 저자인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일 폭락은 미국에서 부정적 평가가 전해지자 오전만 해도 상승세였던 종목들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덕성의 경우 지난 1~3일 사흘간 상한가였다가 4일 5%대 하락한 뒤, 이번 주에는 7일 상한가, 8일 하한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서원도 지난 2~3일 이틀간 상한가 후 4일 15% 급락했다가, 7일 상한가, 8일 24% 하락했다. 서남은 4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온 초전도체와의 관련성을 부정하기까지 했지만 7일 15% 올랐다가, 8일 하한가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퍼지며 초전도체주들이 과열 현상을 빚는 것으로 본다. 포모 증후군은 자신만 뒤처지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나 공포감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증시 과열이 심해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임원 회의에서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차입 투자)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별단속반에 “리딩방 등을 통해 테마주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또 증권사들에는 대출 경쟁 과열을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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