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가·휴일에도 그들은 생명을 구한다/세류지하도에 등장한 선행 소방관님
큰일 날 뻔했다. 수원 세류지하차도에서 추돌 사고가 났다. 차량 많은 오전 8시 출근길이었다. 다섯 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했다. 세 번째 차량에서 불이 났다. 차량 엔진 쪽이었다. 오도가도 못 하게 막힌 지하차도다. 연쇄 차량 화재로 이어질 위기였다. 대형 폭발 등이 우려됐다. 사고 차량 운전자들이 당황했다. 지켜보는 운전자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로 그때 네 번째 사고 차량에서 운전자가 내렸다. 자기 차량의 소화기는 쓸 수 없었다. 사고로 찌그러져 있었다.
지하차도에 비치된 소화기 3개를 가져왔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불을 끄기 시작했다. 용기를 얻은 다른 남성이 힘을 보탰다. 화재는 33분 만에 완전 진화됐다. 지켜보던 운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네 번째 사고 차량 운전자 신원이 알려졌다.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장 김광운 소방경이다. 육아휴직 중이었다. 김 소방경은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어느 소방관이든 똑같은 상황이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데이트 중이던 남녀 경찰관이다.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진 손님에게 달려갔다. 현장에서 인공호흡을 실시했고 호흡을 되살렸다. 식당 내 CCTV에 그 아름다운 순간이 담겨 있다. 집 나와 방황하는 치매 환자를 도운 경찰도 있다. 역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편에서 식사 중이던 손님을 다른 손님이 유심히 봤다. 근무 중 식사를 마친 경찰관이었다. 결국 가족들이 뿌린 전단지를 기억해냈다. 덕분에 그 노인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휴직 중인 소방관, 퇴근 후 데이트 중이던 경찰관. 생명을 구한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업무상 직접 책임이 없는 상황이다. 안 했어도 책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본능처럼 본연의 역할을 했다. 둘째, 주위에 모범이 된 교과서적인 구명 조치다. 시민들에 생생한 교본이 됐다. 셋째,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행동에 시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이들의 선행을 보면서 시민 모두가 잠시나마 행복한 소감을 나눌 수 있었다.
지금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장갑차가 동원되고 무장 경찰이 배치된다. 제도 보완 목소리도 높아진다. 직무 집행 면책권 확대를 요구한다. 총기 사용을 원활히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소방장비 보완과 소방인력 충원이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 옳은 지적이고, 타당성 있는 요구다. 그에 못지 않게 시민을 안심시키는 게 있다. 지하차도 소방관, 식당 경찰관 등의 듬직한 모습이다. 장갑차, 자동소총수 못지않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맞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격려와 표창, 승진이 따라 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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