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이 틀어막은 美금융리스크…신평사는 급소를 찔렀다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 대혼란 속에서도 달러 패권이라는 발권력으로 금융권 리스크를 틀어막고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던 미국이 큰 복병을 만났다. 잘 길들인 줄로만 알았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급소를 조목조목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글로벌 신평사 무디스(Moody's)는 M&T뱅크 등 미국 중소형 은행 10개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강등했다. 올초까지 지켜보던 미국 지방은행 일부의 연쇄도산에 대한 우려를 공론화한 것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브릿지 은행을 설립하고 1428억 달러를 퍼부었다. 또 은행권 연쇄도산을 막으려 은행간 무제한 펀딩프로그램 대출(BTFP)을 만들었다. 총 3000억 달러 이상을 일시적으로 풀어 억지로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틀어막은 것이다. 그 이후엔 싹을 자르기 위해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을 압박해 SVB 자산 등을 흡수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사는 알토란 자산만 챙겼고 금융권에 남아있던 구조조정 명분은 덮개로 가려졌다.
민주당은 끌려가면서도 결국 공화당의 요구에 따라 예산을 일부 삭감하면서 사실상 시한을 넘겨 아슬아슬하게 국가 채무불이행 직전에 부채한도를 늘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가 흔들렸고, 이 문제는 지난주 신평사 피치(Fitch Ratings)가 미국 장기채 신용등급 하향의 배경으로 지목하면서 다시 드러났다. 미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발권력을 가진 세계 최강국이지만 첫째 국가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번번이 노출하는 정치적인 거버넌스 문제를 가졌고, 둘째 양당체제가 정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그 누구도 점증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제고 인식이 실종된 문제를 지녔다는 것이다.
피치의 지적은 시장에 큰 파장은 몰고오지 못했다. 워싱턴이 이에 대해서 12년전 S&P(스탠다드 푸어스)의 행적을 답습한 터무니 없는 존재감 표현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고, 전문가들 또한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기대하는 마당에 경기침체를 가정한 전제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그 가치가 폄하된 것이다.
무디스의 미국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 도무지 반박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무디스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가 크게 인상되고 은행 시스템 준비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은행의 ALM(자산부채관리) 위험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범위 내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 미국 금리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상승하고 있어 이는 은행의 고정 자산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이제부터는 오만하던 연준이 어떻게 자세를 고쳐잡을 것인가가 관심이다. 실업률이 사상최저치이며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강하기 때문에 금리를 또 올릴 수 있다고 벼르던 매파적 발언을 이제는 더 이상 쉽게 내놓을 수 없다. 중소형 은행은 물론 대형사들에도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신평사의 지적과 그에 반응하는 시장을 제 아무리 연준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연준이 축적한 고금리를 언제 어떤 명분으로 내리는 시그널을 볼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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