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의 딜 막전막후] 금융지주의 생보사 M&A 딜레마
▶마켓인사이트 8월 8일 오후 5시 23분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후보는 뻔하다. 금융지주가 아니면 사모펀드(PEF)다.
KDB생명 M&A 때도 마찬가지였다. 본입찰을 앞두고 물밑에서 합종연횡이 시도됐다. 하나금융지주를 향한 PEF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금융지주와 손잡으면 인수자금 조달이 수월해질 뿐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 데도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혀 관심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다.
며칠 후 PEF들은 깜짝 놀랐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본입찰에 깜짝 등판하면서다. 하나금융지주가 나서자 아예 발을 뺀 PEF도 있었다. 금융지주와 경쟁 구도를 벌여봤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생보업 불확실성 가시나
수년 동안 생명보험산업은 저출산·고령화의 직격탄이 예상되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돼왔다. 게다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이 도입되면 대다수 생보사에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적정 매물 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수년 동안 생보사 M&A는 쉽지 않았다.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KDB생명 예비 입찰에 이어 ABL생명 인수전에도 복수의 인수 후보자가 나타났다. 예상 밖 흥행이었다.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제도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비이자수익 확대를 원하던 금융지주와 경영권 인수 거래로 레코드를 쌓으려는 PEF들이 생보사 인수 전략을 본격적으로 수립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우리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생보업에 관심이 있는 금융지주사들 역시 스터디 차원에서라도 이젠 직접 실사를 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인수 경쟁도 치열하지 않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가 생명보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자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쥔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 신한금융지주와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끌어들인 KB금융지주는 인수 당시 모두 ‘승자의 저주’ 우려를 받았다. 신한금융지주는 2조3000억원을, KB금융지주는 2조3400억원을 베팅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최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푸르덴셜생명의 PBR은 0.8배에 베팅했다. 이때와 비교하면 가격 매력이 부각되는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와 PEF의 줄다리기
금융지주 내에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여전하다. 섣불리 ‘통 큰’ 베팅을 하긴 여의찮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실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 중 레버리지 비율과 자본 비율 관리 등을 이유로 내부적으로 재무 라인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본실사가 끝나더라도 고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눈앞의 가격이 매력적이라도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까 봐서다. KDB생명과 ABL생명 모두 구주 인수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PEF들은 이런 상황을 간파하고 있다. 여전히 금융지주를 향해 의기투합을 위한 제안을 꾸준히 하는 배경이다. 금융지주사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만큼 중간에서 PEF가 ‘체질 개선’ 작업을 깔끔하게 마친 뒤 넘겨주겠다는 제안이다. 물론 지금보다 웃돈을 얹어서다.
ABL생명 예비 입찰에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JC플라워와 국내 PEF 운용사 노틱인베스트먼트, 파운틴헤드PE 등 세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 중 한 곳은 올해 초부터 일부 금융지주사에 KDB생명과 ABL생명 두 회사를 각각 인수해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생보사 매물을 싸게 매입할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금융지주사가 과거처럼 PEF를 앞세우지 않고 직접 인수 전략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의지를 두고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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