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폭우에 8실점 없던 일로…‘2262이닝’ 헌신한 대투수, 진짜 에이징 커브 찾아왔나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3. 8.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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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이 야속할 정도다. ‘대투수’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무기력한 투구를 보여줬다. 1회부터 와르르 무너진 가운데 행운의 폭우에 8실점 기록이 없던 일로 됐다. 오랜 기간 KIA 유니폼을 입고 2262이닝 소화로 헌신한 양현종에게 진짜 에이징 커브가 찾아온 걸까.

KIA는 8월 8일 광주 LG 트윈스전을 치러 2회 말 우천 노게임을 기록했다.

이날 선두 LG를 상대로 4연승을 노린 KIA는 선발 마운드에 양현종을 올렸다. 사실 양현종 개인에게도 반등이 필요한 하루였다. 양현종은 6월 이후 퀄리티 스타트를 단 한 차례(6월 24일 KT전 6이닝 1실점)만 달성했다.

KIA 투수 양현종이 8월 8일 광주 LG전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게다가 6월 이후 10차례 선발 등판 동안 6회를 매듭지은 건 두 차례뿐이었다. 최근 들어 경기 초반부터 너무 많은 투구수를 적립하면서 양현종의 장점인 이닝 소화가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양현종의 승리 기록도 절박했다. 최근 3경기 등판 연속으로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양현종은 올 시즌 5승에 머무르고 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을 이어온 양현종은 남은 시즌 등판에서 5승을 더 채워야 9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8일 선발 등판에서 1회부터 부진한 투구 흐름을 이어갔다. 양현종은 1회 초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후속타자 문성주에게 번트 안타를 내줬다. 이후 양현종은 김현수와 오스틴 딘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양현종은 오지환의 번트 타구를 잡아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 김현수를 아웃으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양현종은 문보경에게 안타를 맞은 뒤 박동원에게 중견수 방면 희생 뜬공을 내줬다. 박해민에게도 1타점 적시타를 맞은 양현종은 타자 주자 박해민이 주루 도중 협살을 당하면서 가까스로 1회를 5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양현종은 2회 초에도 LG 타선의 기세를 멈추지 못했다. 양현종은 문성주와 김현수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은 뒤 오지환에게도 적시타를 내주면서 8실점 째를 기록했다. 2회를 겨우 매듭지은 양현종은 2이닝 9피안타 1볼넷 8실점(6자책)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해마다 하락하는 속구 구속, 양현종에게 ‘에이징 커브’가 찾아왔을까
KIA 투수 양현종이 8월 8일 광주 LG전에서 실점 뒤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양현종 개인 시즌 7패와 팀 3연승 중단이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가 양현종과 KIA를 살렸다. KIA의 2회 말 공격 도중 쏟아진 거센 비로 경기가 우천 중단됐다.

오후 7시 14분 중단된 가운데 30분여를 기다려도 빗줄기는 멈추지 않았다. 심판진이 총 1시간여를 기다렸지만,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심판진이 우천 노게임을 선언하면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KIA는 경기 초반 승기를 사실상 내준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돼 한숨을 돌렸다. LG는 이날 ‘에이스’ 플럿코까지 내세웠기에 다 잡은 승리를 코앞에 놓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날 ‘대투수’의 부진은 우천 노게임의 행운으로 그냥 넘기기엔 찜찜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속구 구속과 구위 하락세가 결정타다. 양현종은 2020시즌(속구 평균 구속 144.2km/h), 2022시즌(속구 평균 구속 142.4km/h), 2023시즌(속구 평균 구속 142km/h)을 거쳐 속구 평균 구속이 서서히 떨어지는 추세다.

8월 2일 포항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양현종은 속구 평균 구속이 139.3km/h로 더 하락했다. 8일 경기 등판에서도 속구 구속이 주로 140km/h 초반대에 형성됐다. LG 타자들이 양현종의 속구와 변화구 대처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양현종의 속구에 LG 방망이가 밀리지 않고 정타로 연결되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결국, 양현종에게 ‘에이징 커브’가 찾아온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양현종은 KBO리그 통산 473경기 등판에 2262.1이닝을 소화했다. KBO리그 통산 2,000이닝을 넘긴 선수는 단 7명으로 현역 선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오랜 기간 헌신한 엄청난 이닝 소화 숫자를 고려하면 양현종의 구위와 구속이 하락세를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물론 늘 그랬듯이 양현종은 이 어려움을 극복할 힘이 있는 선수다.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보란 듯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에도 양현종이 ‘에이징 커브’라는 시선을 뒤집고 극적인 반등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한 템포 휴식을 취한 뒤 올라갈 다음 선발 등판이 중요해졌다.

KIA 투수 양현종이 8월 8일 광주 L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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