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의회의 정부 발목잡기, 韓·美 마찬가지

나기천 2023. 8.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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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현지시간) 극한 더위로부터 미국 근로자와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하라는 지시를 노동부에 했다.

미국이 행정부와 입법부가 상의해 주요 인사를 임명하는 매사추세츠주 모델을 준용해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얻어 대법관부터 장관, 외교관 등 공무원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UC를 명문화한 게 1789년이다.

미국 대통령제에 없는 국무총리가 정부 조직에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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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 정책 포기 요구하며
상원 인사청문회서 인준 거부
정쟁에 美 신용등급 하락 초래
韓도 비슷한 길 갈 우려 커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현지시간) 극한 더위로부터 미국 근로자와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하라는 지시를 노동부에 했다. 이 발표문에 장관 이름이 없었다.

미국의 노동부 수장 이름은 줄리 수다. 수의 이름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오른 마지막은 4월이다.

차관을 하다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2월에 장관에 지명됐고 다음 달 장관 대행(Acting Secretary)이 됐다. 백악관이 올린 4월 마지막 글은 그의 상원 청문회 내용이다.
나기천 국제부장
이후 인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그는 아직 장관이 아닌 대행이다. 상원 일부 의원이 그에 대한 인준을 거부해 지명 뒤 반년 동안 대행 꼬리를 달고 일하고 있다.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는 지명 115일 만에 인준 청문회가 열렸다. 그게 5월이다.

청문회는 수보다 늦었지만 그래도 그는 운이 좋은 편이다. 터너는 두 달 뒤 상원 인준 절차를 마쳤다.

미군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다. 미군 합동참모본부 지도부 구성원 8명 중 육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 2명이 결원이다. 이들 외 현재 300여명의 군 장성 인사가 보류다.

상원 군사위 소속 1명의 의원 때문이다. 상원의원 하나가 미 정부와 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만장일치 동의(Unanimous consent·UC) 전통 탓이다.

행정부는 어느 나라나 통치권자 뜻대로 내각과 주요 보직을 임명하고자 하고 입법부는 이를 막으려 한다. 미국이 행정부와 입법부가 상의해 주요 인사를 임명하는 매사추세츠주 모델을 준용해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얻어 대법관부터 장관, 외교관 등 공무원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UC를 명문화한 게 1789년이다.

휴가 직후로 점쳐졌던 윤석열정부 2차 개각이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휴가 중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잼버리만 챙겼을 윤 대통령 처지도 이해되지만 일부 장관 후보자가 고사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명을 받는다 해도 국회 동의 과정이 살벌하다. 정책 토론의 장이어야 할 청문회가 인신공격과 흠집 잡기로 흐르기 일쑤다.

미국 장관과 장성 인준이 늦어지는 건 한국과 같은 문제 때문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특정 정책의 포기를 요구하며 인준을 거부하는 나름 큰 그림의 실력행사다.

실세 차관이 먼저 점령한 부처에 장관으로 가는 것도 탐탁지 않을 것 같다. 겨우 임기 2년 차인 대통령이 오죽 답답하면 그런 꼼수를 썼을까 싶다. 난해한 개혁 과제를 풀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그 통치 철학을 실행해야 할 팔·다리인 행정부에 전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UC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다. UC는 인준을 늦추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아니다. 미 상원 안내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전체가 동의할 때까지 붙잡겠다고 만든 게 아니고, 정해진 시간 내에 청문회를 마치고 “인준에 이의 없습니까”라고 위원장이 물어보고 바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식이다. 불필요한 토론과 논쟁을 막아 행정부에 신뢰와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다.

이를 외면하면 결과는 뻔하다. 미국은 국가신용등급이 12년 만에 강등됐다. 그 가장 큰 이유가 정쟁이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2020년, 2021년 세계 10위였던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 규모가 지난해 13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원래 내각제를 모델로 헌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제에 없는 국무총리가 정부 조직에 있는 이유다. 내각제가 부를 폐해를 예견했는지 제1공화국은 부통령까지 만들어 행정부 권력을 대폭 강화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도 낳았지만, 이 강력한 리더십이 한국을 고속 발전시켰다. 정치가 더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나기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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